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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을 바라지 않는 실천 (동양철학 에세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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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사상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동양에서의 영향은 한나라 때부터 유학을 공부한 사람들을 등용한 정책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 송나라 때 성리학이 나오고, 주자가 해설을 붙인 사서와 오경이 과거 시험의 기본 교과서가 되면서부터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공자의 영향이 동양에만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라이히바인은 공자 사상이 18세기 서구 계몽 사상을 뒷받침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중국에서도 문화 혁명기 동안 비판받았던 공자가 개혁 개방과 더불어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처럼 유교 문화권에 들어 있는 국가들의 수준 높은 자본주의적 발전을 보면서, 유교가 비록 전근대에서 나온 사유 체계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에도 여전히 이바지할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유교 자본주의론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공자 사상은 봉건제 사회의 전제 군주제를 합리화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현대에서도 계층 간의 질서를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모순을 감추고 경제적 지배를 확고히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공자 사상의 가치는 인문 정신의 극치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의 사상은 신본주의가 아닌 인본주의였습니다. 공자에게는 인간다움의 회복을 통해 사회 혼란을 바로잡으려는 열정이 있었고, 그 열정이 교육을 통해 열매 맺음으로써 오늘날까지 인류의 도덕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공자 사상은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이데올로그들이나, 이론을 좀더 치밀하게 다듬어 낸 이름난 사상가들에 의해 맥을 이어 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인간답게 살려고 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실천을 통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역사 속에서 쉼 없이 이어져 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실천이 자기 마음속에서 만족을 얻는 것 외에 달리 보상 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 공자 사상의 비극입니다. 공자 사상에는 내세가 없습니다. 따라서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렇게 하는 것만이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습니다.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흉노에게 항복하여 포로가 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남자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형별을 받은 사마천은, 그가 지은 <사기>를 통해 유교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이 같은 비극적인 면을 잘 드러내 보였습니다. 사람다움을 실천함으로써 사람다움을 이루었다고 공자가 극찬한 백이숙제에 대해, 사마천은 옳은 일을 하고도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공자의 가장 뛰어난 제자 안회는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던 반면, 이름난 도적인 도척은 온갖 못된 짓을 하면서도 수천의 부하를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썼습니다. 이런 예를 들면서 사마천은 하늘의 도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고 문제제기를 합니다. 이 점이 바로 현실에서의 실천이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보상 개념으로 연결되지 않는 유교의 비극적 세계관을 잘 드러낸 셈입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공자 사상의 강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이 결과적으로 내게 이로울 것인가 해로울 것인가를 따지지 말고, 오직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라는 것이 공자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옳다면, 비록 그 일을 하다 해를 입을지라도 꼭 해야 하는 것이 사람다움을 이루는 길입니다. 공자 사상에는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가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가 있을 뿐입니다. 그 당위는 사람이 마땅히 갖는 책임이나 사명 의식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 당위를 따라간 많은 이들의 실천은 굽히지 않는 비판 정신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유학의 정통 맥을 사림파에 두었습니다. 그 까닭은 사림파가 앎과 실천을 일치시켜간, 옳고 그름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말 의병 운동이나 항일 무장 투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현대식 화력으로 무장한 외세와 맞서 싸우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의병을 처음 일으킬 때 이기느냐 지느냐는 생각하지 않았다\"라는 의병장들의 글이 이러한 생각을 잘 보여 줍니다. 이처럼 보상을 바라지 않는 실천이 공자 사상의 알맹이입니다.



- [동양철학 에세이], 김교빈,이현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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