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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연속 기고 ④] "자영업자도 '알바'한테 최저임금 줘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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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악덕 자본가'가 됐나
[최저임금 연속 기고 ④] "자영업자도 '알바'한테 최저임금 줘야 되나?"
주영준 신촌Bar 틸트 사장(트위터 @barTILT)    필자의 다른 기사기사입력 2013-04-17 오전 10:14:28
    
      
101만5740원.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저임금인 시급 4860원을 받고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꼬박 일했을 때 받는 돈이다. 알바연대는 100만 원으로는 살 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너무 무리한 금액 아닐까? OECD 회원국의 평균 최저임금이 바로 시급 1만 원이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프레시안>은 알바연대를 통해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이라는 주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20대 아르바이트생 등에게 기고를 받아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최저임금 연속 기고
① '쥐꼬리 월급에 매일 야근' 없애고 싶다면…
② 흡연율 안 떨어지는 진짜 이유? 당신 직장을 보라
③ 삼포 세대? 영화 한 편, 밥 한 끼에도 벌벌 떨어!  

<b>사회학도, 거리에 나가 '악덕 자본가'가 되다</b>

사회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논문을 준비하며 먹고살 길을 궁리하다가, '장사를 해보자' 하고 생각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이 본격적으로 꼬이게 되었던 바로 그 사건과 마찬가지로 내가 가게를 시작한 데에는 복잡하고 기구한 사연이 많지만 구질구질하고 재미없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2011년의 신촌은 내게 가게를 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전체적인 경기는 불황의 항문에서 불황의 변기통으로 처박히기 직전인 덕에 이전의 업장이 망하고 나간 빈 점포가 즐비했고, 상권의 중심축은 이미 홍대로 넘어간 지 몇 년이 된 터라 장사하려는 사람도 없고, 덕분에 무권리금 점포도 많은데다, 월세도 유흥가치고는 꽤나 싼 편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폐허였다.

폐허에 조그만 바(Bar)를 차리고 그렇게 반년을 쉬는 날 없이 일하며 적자와 맞서 싸우다 결국 건강에 무리가 왔다. 하루 평균 7시간의 야간 노동. 중간에 식사 시간이나 쉬는 시간 따윈 없고, 예비군 훈련 휴가 따위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몸이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연중무휴로 몇 달을 버티다 주 6일 영업 체계로 바꾸며, 일주일에 하루를 쉬었다. 조금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또 반년이 지났다. 여전히 적자만 겨우 면해가며, 가게를 열 때 여기저기서 빌린 대출 이자와 원금을 조금씩 갚아가며 버티고 또 버텼다. 뭐, 없이 시작한 '영세 소매 자영업자'가 다 그렇듯이. 당장 돈이 없는 상태로 바를 시작한 덕에, 가능한 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상태에서 보증금과 시설 공사비와 기본 주류를 사고 통장에 8000원이 남아 있는 상태로 시작한 곳이다. 나는 사장이므로 자본가였으나, 신촌 구석 월세 17만 원의 반 평짜리 다락방에 사는 그런 자본가였다. 가끔씩 돈이 좀 모일 때는 새로운 주류를 구매하거나 사고 싶던 설비를 보충하거나 대출 원금을 크게 막았다.

그렇게 1년.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직원을 구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이걸 어쩌면 좋지. 모든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돈은 없는데 직원은 쓰고 싶었다. 혼자 6일씩 일하며 버틸 수가 없었다. '본인 인건비'라는 고급스러운 개념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냥 '가게 유지비 + 생존 비용 + 금융 비용 + 재투자 비용'을 빼고 나면 문자 그대로 남는 돈이 없어서 복잡하게 세무서 가고 할 필요도 없이 세금도 별로 안 냈다. 화장실 세면대 고장 난 걸 돈이 없어서 두어 달 방치할 정도였으니 더 설명해 무엇하리.

다행히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많이 있었다. 문제라면, 내가 제대로 임금을 줄 능력이 없었다는 거지. 나름대로 인기가 없는 바는 아니었던지라, 그리고 '바텐더'라는 직업이 워낙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는 직업이었던지라, 많은 친구들과 손님들이 '일 배우면서 돈 안 받고 일해도 되니까 일을 시켜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으니.

사실 이런 열악한 세팅에서 한국의 자본가인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있긴 했다. '열정 노동 착취'라는 간단한 방법이 있지 않은가. 일하고 싶다는데 돈까지 줄 필요 있나.

그러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젊은 건가. 어쨌거나 '사회당'이라는 게 남아 있던 시절이었고, 사회당원으로서 저런 대놓고 착취는 못하겠다 싶었다. 내가 나이만 좀 더 있었어도 당장 얼마 전에 화제가 된 '월급 120만 원 주고 주 6일, 그중 3일은 15시간 노동시키는' 지역 생협이라거나 아니면 오래전에 망한 운동권 소줏집들을 벤치마킹해서 최저임금이고 뭐고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그냥 공짜로 부려먹었을 텐데.

돈은 돈대로 없었고, 원칙은 원칙대로 지키고 싶었다.

이걸 어쩌나 싶었다. 조금 더 버티면 그래도 어느 정도 가게가 유지는 될 텐데. 그때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그러다 결국 현실과 타협했다. 평소에 내 바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바텐더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하던 한 손님이 있었다. 나는 수많은 자료집과 신문과 리플렛에서 읽어 온 '악덕 자본가'의 전철을 꽤나 깔끔하게 따라갔다.

전형적인 '열정 노동 착취 + 교육 실습 착취'의 결합이었다.

나는 직원 희망자에게 "여기서 배우고 일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자. 하지만 내가 지금 최저임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지금 내가 당신을 고용한다고 해도 당신이 당장 배워야 할 것이 많기에 정상적으로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일단 수습 기간을 가지고 배우도록 하자. 임금은 차차 인상하도록 하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 지금의 추세를 볼 때, 이곳은 조만간 지금보다는 장사가 잘될 것이다. 언제나 본인 희망에 의해 그만두는 건 자유이며, 임금을 정상화시키기 전까지는 가게가 망해서 등록 취소가 되지 않는 한은 해고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세 달 정도는 사실상 무보수에 가까운 월급으로 직원을 부려먹었다. 숨통이 좀 트였고, 건강이 좀 회복되었다. 덕분에 가게도 좀 더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수입도 좀 늘어났다. 세 달째에 아마 처음으로 최저임금 선을 지급했던 것 같다. 고용한 지 반년 정도 지나고 직원이 어느 정도 '숙련 노동자'의 범주가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대충 최소 시급의 두 배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후, 정신없이 2년이 그렇게 지났다.

<b>자영업자, 영세 소매 자영업자, 그리고 '알바'</b>

서울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가기란 힘든 일이다. 자료의 출처마다 다르지만, 근래의 연구와 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3년 생존율은 25~50% 정도로 보고된다. 하지만 저 기준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영세 소매 자영업, 일반 음식점'으로 한정한다면 내 생각에 1년 생존율이 1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가끔 신문 기사에 나지 않나. 음식점 열 곳 중 아홉 곳은 1년 내에 망한다고.

당장 내가 이곳에 가게를 열 때를 기준(2011년 봄, 신촌)으로, 내가 직접 부동산에서 알아본 점포만 30여 개가 되니 30여 개 이상의 신규 매장이 나와 비슷한 시기에 열었으나, 1년을 채운 곳이 내 가게와 근처의 퓨전 주점 두 개뿐이었다. 1년 생존율이 5%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음식점(포괄적으로, 소위 '술집'도 다 일반 음식점에 포함된다)은 할 게 못 된다.

자영업의 현실 혹은 음식점의 현실 혹은 신촌 상권에 대한 글을 쓰라면 단행본 한 권도 낼 수 있겠지만, 이 글의 핵심인 '최저임금'과 '알바'에 대해 집중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이와 관련된 핵심 논점을 집어본다면 '알바의 핵심이 되는 자영업'과 '자영업의 취약한 경제 구조'라 할 수 있다.

첫째.

자영업, 특히 영세 소매 자영업은 '알바'의 근간이다. '알바', 즉 '전업 노동자'가 아닌 '비정규 파트타이머'는 결국 대부분 자영업자의 매장에 근무하게 된다. 물론 속칭 노가다라 불리는 건설 현장 '알바', 혹은 대기업의 몇몇 생산직 단기 근무, 유통업의 상하차 단기 근무 등도 통칭 '알바'로 분류되나, 당장 알바천국이니 알바몬이니 하는 알바 사이트를 둘러봐도 '알바' 구인·구직의 절대 다수는 '영세 소매 자영업'의 영역에 존재한다. 또한, '단기 근무'는 명확하게 비정규 근무이나, 때로 합숙소 등이 구비된 형태로 존재하는 단기 근무는 '알바-일상과 병행 가능한 파트타이머'라고 할 수 없다.

경제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치고 서로 연결되지 않은 문제가 어디 있겠냐마는, 자영업과 '알바' 사이에는 더 명확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뭐, 적어도 의약 분업과 커피 원두 수입 원가의 문제보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자영업-영세 소매 자영업'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는 결국 '알바'의 문제와 함께 이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img src=http://image.pressian.com/images/2013/04/15/30130415225826.JPG>
ⓒ프레시안(최형락)

둘째.

자영업은 상당히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해 돈이 없다. 돈이 있어야 월급을 주지. 잠깐, 지금 내가 우선 자본가를 살찌운 후 낙수 효과로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자는 개미 핥는 소리를 하자는 게 아니다. '영세 자영업자'의 '돈' 문제는 당장 그 돈을 받는 '알바'와 직결된다. 치킨집 아저씨가 땅 파서, 혹은 대기업의 돈을 타다가, 혹은 국가의 돈을 타다가, 혹은 광고를 수주해다가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게 아니잖나. 외려 땅주인에게 돈을 주고, 대기업에서 유통하는 물건을 사다 팔며, 세금을 내고, 본사에 홍보비를 뜯기면 뜯기지.

'알바'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려면, 자영업자는 적정 수준의 수입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가 게을러서? 뭐 자영업자의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관련된 온갖 종류의 경제적 지표들이 적신호를 울리고 있는 지금 시점에, 이는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다. 자영업의 경제 구조 문제에 대한 접근 없이는, '알바'의 시급에 대한 접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영업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자. 여기서 내가 말하는 자영업은 비프랜차이즈 일반 음식점을 이야기한다. 당장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그 분야니, 그쪽이 현장감 있게 이야기하기 편할 테니 말이다.

자영업. 참을 수 없는 경제의 가벼움

영세 자영업자의 돈 문제에는 월세, 세금, 금융이 개입한다. 월세에 대해서는 딱히 말할 것도 없다. 장사해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안되면 안돼서 망하고 잘되면 월세에 망한다.' 물론 임대차보호법이 어쨌거나 명목상 존재는 하고 있고, 요즘 같은 불황에 용감하게 월세를 올리려는 건물주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두 가지와 함께, 유흥가의 월세가 '모친 출타'한 선에서 형성되어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며, 사실상 유흥가의 '토지 소유 구조'가 흡사 전근대 지주 수준의 집중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작년에 퇴근하고 포장마차에서 혼자 한잔하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나는 신촌 땅에서 세금 제하고 월세만 4000만 원 받아서 산다"고 말했다. 아들은 교수인가 그렇고. 세금 합치면 얼추 8000만 원. 신촌에 중형 점포 40개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장 작년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유서 깊은 홍대 모 카페의 건물주도, 그 홍대 카페의 사장님에 따르면 '홍대에만 40개 이상의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알토란 같은 돈을 모아 상권에 상가 하나 산 사람도 있겠지만.

임대차 보호법? 피해가는 꼼수가 한두 갠가. 당장 내가 대학 시절 단골로 다니던 맥줏집이, 건물주가 하루아침에 월세 3배 올린다고 해서 완전 끄트머리 자리로 옮겼는데? 설비와 인적 투자로 자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높으신 분들의 개소리가 심심찮게 들리기도 한다. 가능한가? 설비 투자를 했는데 건물주가 월세 올리면? 더러워서 나가려 하면 심지어 그 설비 철수하는 돈까지 자영업자가 물어줘야 되는데?

세금? 소매형 영세 자영업자는 세금의 이중 취약 지대 위에 존재한다. 자영업자의 지출이 발생하는 곳에선 세금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소득이 발생하는 곳은 칼 같은 세금이 발생한다. 도매상이 세금 제대로 계산해 줄 것 같나. 아니면 시설 관리 비용에서 세금 혜택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살 때는 '현찰 박치기', 팔 때는 세금 따박 따박. 당장 이것만 해도 깔끔하게 사실상 부과세 이중 과세에 소득세 이중 과세. 어이쿠 나리 살려주십쇼 하는 상황이다. 이래 돼서 연말에 매출·매입 꼬이면 과장 하나도 보태지 않고 순이익의 반이 세금으로 날아간다.

자영업자가 세금 도둑이라고? 준기업형 도매업이나 시설 관련업이라면 세금 도둑질하기 쉬울 거다. 하지만 음식점, 술집, 슈퍼마켓 같은 영세 소매 자영업은 답이 없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서 자영업자를 소득별로 줄 세웠을 때, 제일 높은 쪽이 시설 관련 자영업이며 제일 낮은 쪽이 소매업이다. 전체 규모 등의 여러 가지 변인들이 존재하겠지만, 저 과정에 세금의 문제도 중요한 문제가 될 거다. 여담으로, 당장 하다못해 직원 인건비를 세금 처리하기도 힘들다.

금융도 우리를 아름답게 엿 먹인다. 신촌의 '모든 종류'의 자영업자들은 가게 오픈과 함께 모두 동일한 어떤 의식을 치르게 된다.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변기 위에 앉아 급 똥 발사? 우아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커피 한잔? 자영업이란 그렇게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장담컨대 이 지역 '모든 종류'의 자영업자들이 가게 오픈과 동시에 하는 일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가게 앞과 가게 안에 늘어선 사채 광고 치우기다. 하루에 적게는 다섯 장에서 많을 때는 새로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형형색색의 사채업자 광고 몇 십 장이 가게 입구와 가게 문틈에 꽂혀 있다.

자영업자는 사채업자의 주요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장사해본 사람들은 급전이 모자라는 일을 다들 경험해봤을 것이다. 급전 당연히 모자라지요. 은행에선 대출 절대 안 해주고, 당장 나는 수도가 터지고 보일러가 터져서 급전을 현찰로 결제해야 되는데 손님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삼사일 뒤에나 통장에 들어오는 '꼬라지'를 보고 있으면 나가서 아무 놈이나 붙잡고 머리통을 펑펑 터뜨려버리고 싶은 기분. 아, 아름다운 대기업 카드 회사에서 이러한 카드 결제 딜레이를 해결해주기 위한 상품을 제시하기도 한다. 수수료 얼마 내면 카드 결제 금액 며칠 먼저 '땡겨' 쓸 수 있는. 내가 번 돈이지만 수수료를 내야 받을 수 있는 이 자본주의의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

<b>중국인을 착취하거나 가족을 착취하거나</b>

이 외에도 할 말이 정말 많지만 영세 소매 자영업자의 구조적인 경제 문제는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자영업자가 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결론은 두 가지뿐이다. 1. 중국인을 착취한다. 2. 가족을 착취한다. 당장 신촌, 아니 아무 평범한 유흥가에 있는 조그마한 음식점이나 술집에 들어가 보라. 부부가 하는 술집이거나 중국인이 서빙하는 술집이거나 부부가 카운터에 있고 중국인이 서빙하는 술집이다. 아니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우리 가게에 오셨군요. 여기 좋은 가게입니다. 술이나 한잔하고 가시죠.

영세 자영업자가 동아시아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어느 분단 국가의 고관대작이나 자본가들처럼 물 좋고 바람 좋은 산골짜기 펜션에서 어여쁜 아가씨들과 어화둥둥 할 정도로 돈이 남아 넘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당장 임노동자보다 가계 부채가 많고(현대경제연구소 보고서상 9000만 원. 임금노동자의 두 배 수준이다.) 줄줄이 망해나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당장 자기 순수입이 최저임금만도 못한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물론 자기가 말아먹는 자영업자들도 많지만, 지금의 '다수 자영업자가 망해나가는' 이 상황은 자영업자들의 잘못이라기엔 구조적인 문제다. 아니 당장, 홍대의 유서 깊고 인기 좋은 카페인 '커피 볶는 곰다방'도 경영 문제로 작년에 문을 닫았는데 뭐 얼마나 더 잘하라고.

압구정동의 제법 잘나가는 레스토랑 매니저로 근무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20~30평 되는 점포에 월세는 1500만 원이다. 가게 일을 전반적으로 체크하는 사장 형제, 매니저, 메인 셰프, 그리고 몇 명의 서빙 '알바'가 근무한다. 정식 매니저인 친구가 2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한다. 나름대로 경력 있는 메인 셰프의 연봉이 200만 원 정도. 그리고 소위 '알바비' 약간. 그렇게 주고 사장 2명이 가져가는 돈이 각 200만 원씩 400만 원이다. 아마 저 레스토랑, 월세로 보건대 보증금은 한 2억 원 할 것이다. 권리금도 그쯤 붙겠지.

즉, 소매 자영업의 현실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나름 잘되는 압구정동 레스토랑 메인 셰프가 한 달에 200만 원, 사장 둘이 4억 원쯤 박아서 한 달에 400만 원 벌어요. 월세는 1500만 원이고요.'

저 상황에서 '알바'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 그것을 넘어선 최저임금 인상이 실현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처럼 1. 정말 운이 좋아(상위 5%에 속하는 운과 실력이어야 한다) 망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2. 가장이 아니기에 생활비를 줄이는 것으로 가게 운영비를 메울 수 있으며 3. 그것도 모자라서 일주일에 6일은 가게에서 일하고 틈틈이 외부의 일을 부업으로 해가며 가게 운영비를 틀어막고 4. 게다가 준법정신 투철한 전직 사회당원(아쉽게도 사회당은 이제 없다)이어야 간신히 가능하다. 아니면 1번으로 퉁치거나.

극단적으로 말하면, '영세 소매 자영업자'들의 다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최저임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하기도 힘들 것이다. 물론 망하는 기업이 있고 잘되는 기업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무 평 남짓한 공간에서 피자 팔아서 한 달에 1500만 원 우습게 벌어가는 사장도 있을 것이다. 망하는 가게가 반이 넘는데 저런 가게도 있어줘야지. 하지만 구조 내에 소수의 승리자가 있다는 것이 구조적 결함을 반론해주지 않는다. 원빈의 얼굴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다수 당신들의 얼굴을 반론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울하고 답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당장 이 글을 준비하기 위해, 이런저런 기억을 되짚으며 이런저런 자료를 검색했다. 그렇게 검색하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다.

"아는 분이 자영업 하는데요. 일이 힘들어서 '알바'를 뽑으려고 하는데 자영업자도 '알바'한테 최저임금 줘야 되나요?"

대학생 시절이었다면 '뭐 저런 개념 없는 사람이 다 있어' 하고 열만 받고 끝났을 저 문장을 보며, 기분이 묘해졌다. 아마 저 글을 쓴 사람은 높은 확률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사람이겠지. 일은 힘들어 죽겠고. 돈은 안 벌리고. 이러다 쓰러질 것 같아서 직원을 쓰긴 써야 되는데 월급 줄 돈은 없고. 뭐, 혹은 그냥 돈 잘 버는데 돈 몇 푼 아끼려는 개돼지 같은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최저임금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당장 제대 이후 내 가게를 시작하기 전까지 '알바'를 쉬어본 적이 없는 내 입장에서 기존의 최저임금은 문자 그대로 생존을 유지하기 힘든 정도이기에 이는 반드시 인상되어야 한다. 그런데 역시 자영업자 입장에선 쉽지 않다. 답이 없나. 뭐, 당장은 잘 모르겠다. '알바'나 영세 자영업자나 현재 경제 구조에서 사실상 가장 소외된 계층인 이 상황에서 뭘 어쩌란 말인가.

다만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소외된 계층들의 연대이며, 그를 바탕으로 한 어떤 혁명적인 행동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매우 부정적일 것이다. 그래 장사해 본 입장에서 나도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바'가, 노동자가 궁극적으로 쟁취해야 할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것처럼, 자영업자가, 또 다른 노동자가 궁극적으로 쟁취해야 할 것도 단순한 '인건비 감소', 혹은 '알바' 탄압, 혹은 중국인 착취, 혹은 가족 착취가 아닌 '연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더 큰 것이 아닐까 한다.  
* 너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7-02-1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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