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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당체험기 1] 34세의 여성정치인이 일으킨 바람, 좌파당의 세대교체는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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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당체험기 1] 34세의 여성정치인이 일으킨 바람, 좌파당의 세대교체는 가능할 것인가
베를린망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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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09:46:43 1567


6월 2~3일간 괴팅엔에서 열린 당대회, 괴팅엔은 트위터 스타 금민 선생이 유학한 곳으로써.....


베른트 릭싱어와 카트야 키핑


베를린에 온 지 9개월 째. 그동안 꾹 참고 독일어 공부만 하다가 4월 말에 어학시험을 치루고 곧장 좌파당(Die Linke.)에 가입했습니다.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각한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당이 깨지는 것인가 하는 - 대부분의 독일 정치인들과 보수 언론에는 즐거운 소식일 - 추측이 난무했었고, 어쩌다보니 20대 초반부터 개혁국민정당부터 민주노동당, 사회당, 진보신당을 거쳐온 저로써는 다섯번째 당마저 이름이 없어지는가! 이것은 내 숙명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잠깐 하긴 했지만, 그것은 며칠 후부터 시작될 기막힌 드라마의 1막일 뿐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시작으로 종종 독일 좌파당 체험기(?)를 연재해보려 합니다. 첫 편은 분석기사 형식의 글인데, 아마 수기, 여행기, 단신 등등 다양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김강

좌파당내 동서갈등, 혹은 노선투쟁
독일 좌파당(Die Linke.)은 독일어로 복수 명사인 녹색당(Die Grünen)과는 달리 단수 명사로 자신을 표현한다. 녹색당이 ‘녹색들’이라는 복수로 다양한 사회운동의 흐름을 강조한다면, 좌파당은 ‘좌파는 하나다’를 주장하는 느낌이다. 당의 공식 로고에는 마지막에 마침표가 더 붙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수명사가 무색하게도 좌파당 내부에는 창당 초기부터 근본적인 갈등이 존재했다. 서독지역에서 사민당 (SPD)을 비판하면서 갈라져 나온 급진 좌파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WASG)과, 동독 집권당이었던 통일사회당(SED)의 소장파들이 당의 오래된 수뇌부들과 스탈린 주의 이념을 몰아내고 창당한 개혁주의 성향의 동독 지역 정당 ‘민주사회당’(PDS)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독일 내 우파들은 PDS를 여전히 동독의 스탈린주의 독재정당의 후신쯤으로 바라보곤 하지만, 이 당은 온건한 민주적 사회주의 국민정당을 지향하면서 동독 지역에서 확고하게 자리잡고, 몇몇 연방주에서는 사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집권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민당과의 협력관계가 노동조합과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을 토대로 하는 WASG 출신의 당원들에게는 늘 영 못 미더운 입장이었다. 반대로 PDS 출신 당원들에게는 WASG와의 통합을 통해 서독 지역의 연방주의 주의회와, 연방의회 의석을 가진 국민정당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급진적인 당원들의 성향은 수권능력을 가진 정당으로써 자리잡는 것을 방해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이것은 비단 이념대립만은 아니었고, 지도부 구성에 있어 지속적인 갈등을 노정해 왔다. 창당 초기에는 서쪽과 동쪽의 걸출한 리더인 오스카 라퐁텐과 게오르그 기지, 로타 비스키 등이 당의 연이은 선거 승리를 이끌었고, 76명의 연방의원을 배출하는 데 까지 이르렀지만, 라퐁텐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오스카의 입’이라는 평가를 받는 바이에른의 노조 지도자 클라우스 에른스트와, 비스키나 기지의 카리스마에 못미치는 게지네 로취 등이 당을 이끄는 동안 갈등의 폭은 점점 커져 왔다. 6월 2일의 당대회를 앞둔 몇 주 전 로취가 가족의 병간호를 위해 사임을 발표하고, 두 곳의 연방주 선거에서 주의회 (재)입성에 실패하는 실망스런 결과를 거두자 에른스트역시 공식적으로 라퐁텐의 복귀를 요구하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당대표 선거에 라퐁텐과는 악연이 깊은 동독 지역의 유력 정치인 디트마르 바르취가 출마하고, 라퐁텐이 “선거 명부엔 나 혼자 있어야 한다.”는 강경한 의사를 밝히며 출마를 선언하자 동서 혹은 Realos(현실주의자)와 Fundis(근본주의자) 간의 갈등이 전국을 뒤 흔들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우려 혹은 기대(?)에 찬 보도를 쏟아내며 좌파당의 몰락 가능성을 점쳤던 것이다.

드라마의 시작
통진당식 막장 드라마로 치달을 수도 있었던 이 권력 투쟁은 5월 20일 두 명의 젊은 여성 정치인이 “왜 두 당수가 모두 여성인 경우는 생각해볼 수 없는가?”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극적으로 방향이 전환된다.(좌파당 대표는 2인을 선출하며 여성명부/일반명부로 구분된 선거를 통해 최소 1인은 여성이 맡는다.) 동독 출신의 좌파당 부대표 카트야 키핑(Katja Kippng, 34)과 노트라인-베르스팔렌주 선거의 대표후보였던 카타리나 슈바베디센(Kathrina Schwabedissen, 38)이 이 새로운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처음엔 당내 소수파의 퍼포먼스 정도로 보였던 이 제안은 놀랍게도 22일, 그 전날까지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라퐁텐의 실각을 끌어내면서, 드라마틱한 선거 드라마가 펼쳐지게 되었다. 23일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고, 키핑이 이끄는 당내 정파인 해방좌파(Emanzipatorische Linke)의 젊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이 아닌 당의 공동운영을 주장하는 안이 제출되었다. 이것은 사실상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급진적 성향에 있어서는 라퐁텐 진영의 반자본주의자들과 교감이 컸지만, 노동조합의 인맥과 주도권에 대하여는 거리가 있었고, 라퐁텐이라는 유력 정치인으로 대표되는 ‘인물의 지배’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이것은 동독 지역의 개혁주의 정치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비판이었다. 이들은 “더 젊고, 더 여성적이며, 더 사회운동적인 정당”을 주장하며 “고질적인 권력투쟁과 노선논쟁, 그리고 남자들의 지배적 네트워크 너머의 당”을 건설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많은 당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결국 6월 2일 당대표 선거에서 카트야 키핑은 여성명부에서 67%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일반 명부에서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바르취가 출마를 감행하고, 라퐁텐 진영에서도 상대적으로 열린 성향의 Ver.di(서비스산별노조) 출신 활동가 베른트 릭싱어를 내 보내자 슈바베디센이 선거 직전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결국 당선 된 것은 릭싱어였다. 아쉽게도 여성 공동대표안과 세대교체의 주장이 전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못했지만, 당내에서도, 그리고 여론조차도 키핑의 대표직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권력투쟁-소수파의 반란-거물의 실각-젊은 당수의 탄생으로 이어진 이 드라마는 지난 몇 주간 TV와 신문, SNS를 달구는 주제가 되었고, 좌파당 당대회는 어느 대회보다도 흥행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절반의 기대와 우려
많은 이들은 키핑의 당선을 통해 좌파당이 젊은 세대에게 다가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실제 약 7만여 명을 헤아리는 좌파당 당원들의 평균 연령은 60세가 넘는다. 동독 출신의 노인 당원들이 90년대 초부터 활동해온 4-50대의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당이었던 셈이다. 독일 역사상 가장 진보적일 것으로 기대되었던 사민당과 녹색당 정부가 파병을 감행하고, ‘독일병 치료’를 명분으로 복지를 축소하고 신자유주의적인 고용정책과 부자감세안을 내자 좌파당에 표를 던졌던 ‘반대투표자들’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해적당으로 갈아타고 있다. 여러 여론 조사에서 좌파당이 전국 단위에서 4-5%의 지지율을 받는 동안 해적당은 8%에 달하는 지지를 받고 있으며, 올해 좌파당이 실지(失地)한 몇몇 서독 연방주에서 해적당이 의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적당은 아직까지 중요한 외교, 사회, 경제 정책에 있어서 사실상 의견을 내지 않고 있으며, 제출된 의견도 인터넷 정책을 제외하고는 강령 수준의 주장에 머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당내에 네오나치에 동조하는 주장이나 성차별적인 발언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해적당 지도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당원들의 직접적인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체계’를 근거로 효력있는 대처를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젊고, 전통적/남성적인 노조운동에서 독립적인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 당대표의 활약은 요 몇년 사이 교육투쟁과 오큐파이 운동을 통해 다시 정치화되어가고 있는 젊은 세대의 반대투표자들을 다시 좌파당으로 끌어당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의회에서 가장 강력하게 ‘조건없는 기본소득’ 정책을 지지하는 의원이자 활동가인 키핑은 해적당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녹색당의 우경화를 염려하는 유권자들과 활동가들 역시 아우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키핑과 릭싱어가 그간의 당내 노선투쟁 중에 생긴 불신을 치료하고,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고 있는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키핑은 현재 7개월 된 딸이 있으며, 스스로 육아와 정치에 절반씩 시간을 두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키핑의 주위에는 확고한 의지로 함께 지도부의 일을 나눠지기로 한 동지들이 있지만 ‘정치’라는 업무의 특성상 그녀가 상당한 수준에서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당대표 선거에서 갈등의 불씨 역시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바르취를 지지하는 동독의 당원들은 슈바베디센의 사퇴와 릭싱어의 당선이 라퐁텐 진영에 의해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 게다가 또 한 명의 유력정치인인 원내대표 기지는 당대표 선거 이전 연설에서 - 원고를 보지 않는 달변으로 유명했던 통상적인 모습과 달리 - 직접 고심하며 작성한 원고를 읽어가며, 서독 좌파들의 당내 투쟁의 행태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릭싱어 당선 직후 라퐁텐의 지지자들이 부른 인터내셔널가가 몇몇 언론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키핑과 릭싱어가 그들이 여러차례 언급한 협력적 지도체제를 통해 당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가지 못한다면, 2013년의 선거에서의 대표후보자를 두고 당은 또다시 휘청거리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 너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7-02-1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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