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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이야기② 좌파는 마르크스와 노동을 물신숭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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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이야기 ② 좌파는 마르크스와 노동을 물신숭배하는가
2012/08/23 14:08 입력    

<자본>과 시지프스의 노동

화폐라는 독특한 상품은 언제 어디서나 등가교환이 가능한 일반적 가치형태를 역사적으로 획득하였다. 그래서 화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권적 지위를 갖는, 요새 말로 ‘슈퍼 갑(甲)’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상품의 교환을 통해 나타나며, 으뜸 상품인 화폐는 마치 모든 가치의 화신인 양 등장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이란 책에서, 이를 상품의 물신성(物神性)이라 불렀다. 마르크스는 상품에 대한 분석 과정을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에 적용하였으며, 노동력을 통한 자연의 변형을 거쳐 만들어지는 상품 분석을 통해, 가치 형성의 비밀을 밝히며 부르주아 경제학과 자본주의 작동 원리를 비판했다. 물신 숭배의 대상은 화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였으며, 역사적으로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공산’당(黨)이 그런 지위를 가졌다.

좌파는, 노동력 상품의 공급자인 노동자와 수요자인 자본가 사이의 태생적 불균형을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라는 거창한 말로 부른다. 150년 전의 위대한 사상가인 마르크스는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역사적으로 ‘좌파’라는 실체의 바탕이 되었다. 그렇다면 좌파는 마르크스와 그의 이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 체제를 만드는 것이 끊임없는 과제이자 목표다. 설사 ‘시지프스의 노동’이 될지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와 그의 이론은 머무르지 않으며 고정되지도 않는다. 좌파는 ‘새로운 시대’를 품는다.

노동 해방

“진보좌파정당 건설”이라는 과제를 채택한 진보신당은 ‘좌파’의 결집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좌파는 전통적으로 어떻고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들인가. 자주 등장하는 말은 ‘노동’이다. 이를 가치적으로 해석하면 ‘노동 해방’이다. 노동 해방은 역사적으로 두 개의 흐름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노동자에 의한 노동의 (재)장악을 목표로 하며, 두 번째는 (통제되고 억압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 첫 번째를 ‘노동의 해방’, 두 번째를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 부를 수 있다. 노동 해방의 시작은 ‘임금노동’이라는 자본과의 노예적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유토피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노동 사회가 되는 것을 ‘노동 해방’이라 부른다.


▲ 사진 설명: 2009년 5월 1일 MayDay 집회에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퍼포먼스

임금노동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반(反)자본주의 전략은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된다. 대표적 의제 중 하나가 좌파 운동이 시대적 과제라 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좌파 운동 내의 오래된 논쟁 중 하나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질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한가?’이다. 이 논쟁은 노동생산성 향상, 인플레이션 억제, 지속적 경제성장이 가능하거나 보장될 것이라는 전제 내에서 성립한다. 3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며 어떤 형태로든 자본에 대한 전면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지난 ‘기본소득 운동을 하는 개인적 이유’란 글에서 “임금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넘어선, 다른 형태의 사회관계를 구성하는 실마리가 필요했다. 기본소득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본소득을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임금노동과 생존의 고리가 없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노동과 임금을 분리하고, 임금과 생존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단, 모든 노동은 임금노동이 아니며, 자본은 (모든 시공간을 초월하여) 배제와 통합을 통해 노동을 분할한다. 노동력 상품으로 인정받는 임금노동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오래된 말이 임금노동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은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이 말은 자본가에 대한 적절한 공격도 아니며, 오히려 임금노동의 굴레에 노동자 자신을 가두는 역설을 보여주기도 했다. 임금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자본주의가 만든 신화에 불과하다. 자본주의는 그럴 능력과 의지가 없으니 이 철옹성의 신화에 맞서 싸우는 것만이, 좌파의 길임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물신성’은 대체로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마르크스와 노동이 물신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의미를 담았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마르크스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의미 규정은 기본소득 이야기의 출발이다. 기본소득은 그 자체로 보면, 보편적 이야기 체계일 뿐이다. 그래서 좌파 버전도 있고 우파 버전도 있다. 마르크스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의미 규정은 기본소득을 좌파적으로 구성하기 위함이다. 자연스럽게 논의는 좌파적 노동자운동까지 이어진다. 신자유주의 파국의 시대에, 좌파적 노동자운동은 (모두가 인정하듯이) 비정규 불안정노동 체제를 전복하는 것이 목표다. 그 목표에 좌파적 기본소득은 노동시간의 혁명적 단축,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일자리 나누기 등과 함께 기여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이 보편화 전략을 갈구하는 이때, 좌파적 기본소득이 물꼬를 트길 바란다.

[ 권문석 [기본소득위원회(준), 진보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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