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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저주7]김정일 찬양하는 '종북'드러머 권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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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저주7]김정일 찬양하는 '종북'드러머 권용만
입력 : 2012-04-06 14:27:42ㅣ수정 : 2012-04-06 14:47:35

김정일 만세! 만만세! 김정일 만세! 만만세! / (나레이션) 1939년에 태어난 기업인 김정일 씨는 서울대학교를 나와 동부제강의 대표 이사를 지냈으며 1992년 과학기술처 장관에게 장영실상을 수상하였고 2004년 대한민국 기술대전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하였다! / (그로울링) 김정일 만세! 만만세! 김정일 만세! 만만세!

김정일을 찬양하는 드러머 권용만(26). 그는 ‘김정일 만세’를 부른 인디밴드 밤섬해적단의 드러머로 ‘김정일 만세’의 가사 또한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이외에도 북한 관련 음악을 다수 만들고 연주한 권 씨, 그는 과연 ‘종북 예술인’인가?

사실 권 씨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 듣자 하니 국내 중소기업계의 암담한 현실을 개탄하며 고뇌 속에 ‘김정일 만세’를 만들었다는데…

‘저주레벨’이 높은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일곱 번째 시간. 권용만은 분노와 저주의 그라인드코어 음악(그게 뭔지는 차차 설명)을 하는 밤섬해적단의 드러머로 활동 중이다. 밤섬해적단은 대표적 음반으로 <서울불바다>(2010)를 내놓으며 언더그라운드 ‘좌빨’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바 있는 2인조 밴드. 주로 홍대 등지의 라이브 클럽과 각종 집회, 시위 장소에서 공연한다. 음반을 들어보면 펑크록보다 더 빠르고 하드코어보다 더 묵직하며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목을 갈아대는 ‘그로울링’ 창법이 인상적이다. ‘망해라’, ‘386 sucks’, ‘이명박 욕하면 나도 무려 좌파’와 같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했다.

분노 에너지를 뿜어낼 것이란 기대에 부응하듯 권 씨는 과연 장대한 기골과 묵직한 목소리로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며 등장했다. ‘병약한 몸, 강한 음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음반레이블 ‘인혁당’(인디혁명당) 운영자라는 사전정보는 잘못된 것이었을까.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밝혀진 그의 실체는…


북쪽에서 내리쬐는 한 줄기 빛을 맞으며 공연 중인 종'북(drum)' 예술인 권용만 ⓒ김낙현

'빨갱이' 밴드 밤섬해적단?

-밤섬해적단 1집 음반 제목이 <서울불바다>였죠. 음반 제목은 북한의 그 ‘서울 불바다’ 발언에서 온 건가요? 94년 북핵 위기 때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던.
거기에서 온 것이긴 한데…. 저희가 자꾸 북한을 들먹거리는 데에 사실 그렇게 진지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진지한 의도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뭔가 수상해요. 북한에 관한 것을 직접 이야기하는 노래들이 앨범에 많이 있었죠?
있죠. ‘북괴의 지령’이나 ‘진짜 사나이 붉은 깃발을 들어라’ 같은 노래들이요. ‘김정일 만세’라든지.

-‘김정일 만세’요? 그거 부르면 국가보안법에 안 걸려요?
그게 가사를 보면 그 김정일이 아니에요. 동명이인의 김정일이죠. 네이버에서 김정일을 검색해보면 아나운서 김정일, 작곡가 김정일, 무슨 김정일, 이런 식으로 쭉 나오는데 노래 가사가 그런 (동명이인의) 프로필들을 쫙 읽는 거예요.

-‘북괴의 지령’이나 ‘진짜 사나이 붉은 깃발을 들어라’ 같은 곡들도 그런 식으로 북한 이야기를 하는 ‘척’ 하는 건가요? (웃음)
글쎄요. (웃음)

<'북괴의 지령' 가사>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 복지예산 확충하라 /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 노동 3권 보장하라 /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 등록금을 인하하라 /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 민주당에 투표하라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라 /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 부정부패 척결하라 /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 구멍가게를 이용하라 /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 김대중을 추모하라

-북한이나 김정일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데도 그렇게 진지한 의도가 없었다고 하는군요. 사랑 노래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가 있는데 왜 굳이 그런 음악을 하는 거예요?
80년대 블랙메탈이나 익스트림메탈을 하는 사람 중에 보수적인 사회에 겁을 주려고 음악을 통해 사탄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사탄이나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t, 적그리스도)를 얘기하는 거죠. 한국 사회에서 제일 위험한 게 뭐냐 생각해 보면 북한이잖아요. 뭐만 있으면 다 북한 탓을 하고. 마치 ‘록 음악은 사탄의 음악이다.’ 이런 것처럼 뭐만 하면 종북이니 위험 분자니 아직도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쪽 얘기를 하게 됐죠.


"보수적인 사회에서 겁을 주는 음악"을 한다는 밤섬해적단. '북한'을 노래하기 전 그들은 '예수'를 노래했다. 2005년 발매한 「I don't like Jesus but Jesus loves me...」 앨범 재킷. 이 앨범에는 <메가스터디 손사탄>, , , <울고넘는 골고다>, <하나님, 합격하게 해주세요>, 과 같이 제목부터 불경한(!) 노래들이 수록돼 있다. 아래는 권용만 블로그에 공개된 앨범 설명 일부.

일종의 리허설 데모인 이 앨범은 mp3의 형태로 웹상에 올려졌지만 아무도 받지 않아 유실될 역사가 될 뻔한 앨범입니다. (중략)
53트랙의 폭풍같은 신앙심 폭격, 나름 최선을 다해 CCM앨범을 만들어 보고자 했던 불꽃같은 청년들의 절규를 들어봅시다.
…..
'키보드 셋팅' 은 중간부터 폭발하는 디스코비트가 절로 인터넷을 하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듭니다.
'울고넘는 골고다'는 아마도 이 앨범의 최고 트랙으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주는 시각적 충격에 버금가는 청각적 충격으로 청자의 영혼에 씻을 수 없는 스티그마타를 남깁니다.
'Enter Jesus'는 주님께로 가고자 하는 열망을 메탈리카의 리프를 차용하여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한 곡 한 곡이 빛나는 53트랙을 전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유감입니다. 이 앨범에 대한 평가는 청자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룹 이름은 왜 밤섬해적단이예요?
여의도 바로 옆에 밤섬이 있잖아요. 여의도는 정치, 경제 그런 것들의 중심지고요. 밤섬은 딱 봤을 때 철새 도래지이고 풀이 많고 평화로운 분위기고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옛날부터 살던 사람들을 밤섬에서 쫓아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밤섬에서 여의도를 습격해서 다 철새 도래지, 풀밭으로 만들자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여의도와 같이 권력이 모인 곳을 싫어하는 ‘반골’ 기질 같은 게 있었나 봐요.
그건 잘 모르겠고요. 스무 살, 스물한 살 때에는 펑크를 많이 듣다 보니까… 조금 웃기긴 하는데 펑크족의 펑크식 아나키즘을 많이 접하다 보니까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밴드에서 드럼과 작사를 맡고 있죠?
네. 드럼하면서 뒤에서 백킹 보컬을 하고 있어요.

-서울불바다 음반도 그렇고 곡들이 굉장히 짧은 것 같아요. 42곡인데 전체 재생 시간은 50분 정도더라고요. 가사는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고요. 주로 목을 ‘갈아대는’ 창법과 베이스기타, 드럼이 만드는 음악인데요. 스스로는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라인드코어(Grindcore)죠. 크게는 펑크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 안에서도 그라인드코어(Grindcore)라는 특화한 장르가 있어요. 음악 스타일은 그라인드코어고 가사도 그라인드코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라인드코어가 뭐예요?
두 가지 특색이 있는데요. 하나는 엄청나게 짧고 빠르다는 거고, 하나는 드럼 비트에 쿵딱쿵딱쿵딱쿵딱 이게 빨리 들어가고 후닥후닥후닥후닥 이렇게 들어가면서 이 두 개가 충족되면 대충 그라인드코어라고 부르거든요. 여기에 기타 리프에 펑크나 하드코어 느낌이 들어가 있고. 다양해서 마땅히 정의하기가 어려워요. 그냥 빠르고 짧고 비트가 따따따따따 이런 식으로 긁어 댄다거나 갈아 대는 뜻인데. 그라인드코어라는 게 기존 하드코어나 메탈을 하던 사람들이 더 극단적이고 막 나가는 음악을 해보자고 하면서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음악적으로 다양하게 짬뽕된 것들이 매우 많아요. 아무거나 다 받아들여서 그라인드코어라는 장르 안에 그냥 다 쑤셔 넣는 가능성이 많아요.

-그러면, 체제에 반대하거나 불의를 저지해야 한다거나 그런 생각이 딱히 있어서 하는 음악이 아니라 그냥 막 나가자는 음악이란 의미죠?
그런 내용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요. 펑크도 처음 나왔을 땐 가사에 반체제나 아나키즘 얘기가 많았어요. 나중에 가면 또 그런 게 없어지기도 하고요. 그라인드코어도 마찬가지로 무슨 의미가 있는 그라인드코어가 있고, 그냥 ‘꿀꿀꿀꿀 배를 가르자’는 내용이 있고, 그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어쩌다 그런 ‘불경한’ 음악에 꽂히게 됐나요? (웃음)
제가 그라인드코어에 꽂혔던 것은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음악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홍대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용음악과 나온 사람들도 많고, 연주를 깨끗하게 잘 해야 하고, 음악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라인드코어를 하는 외국밴드들을 쭉 들어보면 완전히 다 쓰레기인 거죠. 연주도 제대로 하는 사람마저도 아무렇게 막 하는데 앨범을 굉장히 많이 내고, 쉽게 말해 아무나 하는 음악인 거죠. 그 급진성에서 그라인드코어를 사랑한 것 같아요.

-그럼 지금 주로 하고 있는 활동이 밤섬해적단 활동?
다른 밴드도 해요. 크라이스트퍽(Christfuck)도 있고. 밴드 이름이 크라이스트퍽이예요. 그런 식으로 밤섬해적단 외에 단기적으로 잠깐잠깐 밴드를 만들어서 반짝반짝 활동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그래요. 크라이스트퍽에서는 가사는 안 쓰고 드럼만 치고요. 이것도 그라인드코어 음악이에요.

-북한 대신 크라이스트(예수)예요?
크라이스트퍽도 약간 정치적이긴 한데… 곡이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사대강 똥물, 아리수 똥물’ 이런 곡이라던가, ‘자본주의의 돼지’ 같은 곡은 맥도날드가 생겨서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돼지가 됐다는 그런 거고. 그런 식이에요.

-앨범 제목이 ‘예수님은 날 사랑하시지. 그런데 그 사랑 좀 안 받으면 안 되겠니?’ 같은 느낌인데요. (웃음) 어째서 일찍이 이런 불경한 메시지를…
그냥 메탈이나 이쪽 음악에서 예수를 욕하는 게 전통이라서…‘북괴’나 김정일을 노래하는 것처럼 그냥 전통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죠. 좀 웃기니깐. 괜히 욕할 게 없으니까 예수를 욕하고 그런 거죠.

-메탈 쪽에서 전통적으로 욕한다는 게 예수예요, 예수 믿는 사람들이예요?
그냥 다 욕해요. 예수쟁이를 욕하는 것도 있고 예수를 욕하는 것도 있고 종교를 다 욕하는 것도 있고. 예수를 욕하고 자기는 사탄을 믿는다고 하는 그런 것도 있고. 이쪽에서 원래 주류를 다 까는 전통이 있어요. ‘우리는 더럽고 어두운 놈들이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음악은 언제부터 했어요?
제가 중학교 때 밴드를 너무 하고 싶어서 처음 기타를 배웠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하나도 안 나더라고요. 고등학교 3년 동안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 차있다가 대학생이 되자마자 바로 인터넷으로 친구들을 모았어요.
원래부터 드럼을 친 건 아니에요. 중학교 때는 기타 학원도 다니고 그랬는데 바꿨어요. 밴드 하려고 하는데 드러머가 하도 안 구해져서 화가 나서 제가 드럼을 그냥 막 쳤어요.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을 보면 드러머가 워낙 귀중해서 보통 ‘금드럼, 은베이스’라고 불러요. 그만큼 하는 사람이 적다는 거죠.
밤섬해적단 멤버는 인터넷으로 만났어요. 처음에 다들 아무런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애들이 만났어요. 밴드는 하고 싶은데 악기는 못하는…

-음악은 못 해도 밴드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끼리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음악을 해 보려고’ 모인 거네요. 밴드를 하려고 드럼을 배우기도 했나요?
아뇨. 하고 싶은 사람끼리 만나서 그냥 우리끼리 만들어 본 거죠.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것을 아주 많이 만들었어요. 엉터리 같은 것도 많이 만들고.

-드러머로서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은 없어요?
없어요. 드러머가 없어서 제가 드럼을 치기 시작했는데 6개월 정도 기초 레슨을 받은 적은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군악대에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힘들게 또 많이 연습하고. 군악대 경험이 도움됐어요.

혁명은 엄마 돈으로?

-음악 하는 데 드는 돈은 어떻게 충당하세요?
(웃음) 지금 거의 부모님 용돈을 받아서 쓰는 게 있고요. 음악 하면서 조금씩 수입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큰돈은 아니에요. 하루 공연하고 페이가 들어오면 그걸로 하루 밥값을 해결하는 정도.

-악기 구입비, 생활비 등등은 대부분 부모님을 통해서 충당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저희 밴드 같은 경우나 펑크나 그라인드코어 음악 하는 밴드들은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하려고 하죠.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해요. 저도 드러머로 스틱만 쓰고 있는데 이것도 친구에게 받는다거나 싸구려 스틱을 쓴다거나 그렇게 하죠.

-부모님이 돈을 지원해주시지만, 딱히 ‘하지 마라.’ 이런 요구는 없나 봐요?
그런 건 없지만 취업할 때가 됐다는 말씀은 매일 하시죠. 만날 때마다 ‘누구는 대기업 어디 갔는데 너는 어디 안 가느냐?’ 이런 말씀 하시고. ‘어디 공채가 열렸다더라. 한 번 이력서를 써 봐라.’ 이런 말씀 하시고 잔소리는 매일 하세요.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매일 ‘공부해라 공부해라’ 그러셨는데 부모님 말씀 들으면 공부하기 싫잖아요. 다 무시하고 아무도 안 보는 데서 혼자서 공부해서 대학에 간 것처럼 제가 대충 믿음 같은 것을 부모님께 줬어요. ‘저를 냅 두면 알아서 잘합니다. 지금 알아서 잘합니다’ 라는 믿음 같은 것을요. 그래서 지금은 거의 놔둔 상태이고 ‘알아서 잘하겠지. 굶어죽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등록금 비싸기로 손꼽히는 유수 사립대에 다니고 계시는데요. 부모님 돈으로 음악 하면서 학교도 다니고 그럴 정도면 집안 재력이 상당하다고 보면 될까요? 밤섬해적단은 ‘부잣집 도련님들의 장난 밴드’입니까? (웃음)
그냥 평범한 중산층 집안의 자식인데요. 부잣집 도련님은 아니고 소시민이죠. (웃음) 아버지는 약사, 어머니는 교사 일을 하세요.

졸업하고도 계속 음악을 할 생각인가요? 이번이 마지막 학기라고 들었는데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음악을 통해 생업 전선에 뛰어드는 건가요?
일단은 살아야 하니까 취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은 하는데 준비를 안 했어요. 딱히 뭘 하고 있지 않아요. 토익 시험은 봤고, 그 외에 다른 (스펙 쌓는) 것들은 조금 하다가 다 때려치웠고요. 안 하고 있어요. 무조건 취직만 하면 된다는 판단이에요. 어디로 갈지는 안 정했어요. 일단 저는 음악 하기 위해서, 먹고 살면서 (음악을) 하려고 취직을 하는 거예요.

<취직에 대한 고뇌가 느껴지는 권 씨의 트위터>
- “뭐든지 잘합니다. 고용해주십쇼. 운전도 하구요 영어문법 무시한 회화가능하구요 그 외 쓸데없는 인맥있음” 2012. 1. 12.
- “빨리 취직하고싶다. 그러나 어디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랑^^” 2012. 1. 21.
- “막 저절로 취업이 됐으면 좋겠다” 2012. 1. 15.
- “취직한 친구는 놀면서 가난한 친구를 부러워하면서도 속으로는 무시/안도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2012. 1. 27.
- “”서울불바다 만들어놓고 취업이 될까?”란 말을 들음” 2012. 1. 24.

'죽 쒀서 개 주는 것’ 이상의 음악을 하기 위한 정치 활동

-‘인디 뮤지션을 비롯해서 음악가들이 음악 해서 번 돈으로 먹고살 수 있게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계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는 게 생업으로 음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인가요?
그게 조금 달라요. 처음에 조합을 만든 사람 중에 한받 씨나 단편선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초기에 ‘음악으로 먹고살 수 없을까’ 같은 카피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저와 같이 밴드를 하는 장성건이나 저, 다른 밴드 하는 친구들은 생각이 달랐죠. 솔로로 음악 하면 혼자 하기에 어떻게든 돈이 조금 되는데 밴드는 그게 안 되거든요. 외국 밴드들을 봐도 돈이 안 되는 음악을 하는 경우에 그걸로 먹고 산다는 건 불가능한 것 같고, 그래서 어떻게든 병행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음악을 다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는 음악하는 데 있어 적어도 아무 데나 꼴아박지는 말자는 정도의 취지로 활동하는 거죠.

-음악 활동으로 먹고살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하는 조합에서 활동하지만, 밴드는 그런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거네요?
아무래도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지향하는 게 사람마다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음악만으로 먹고 사는 게 어느 나라에서나 힘든 상황에서 이상적인 지향을 하고 카피를 만들고 그런 방향으로 목표를 정할 수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조금 어렵다는 거죠. 공연장을 대관하는 건물주라던가 음반을 중간에서 유통하는 사람들, 기타 등등 음악과 별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수익을 다 가져가 버려요. 음원을 유통하는 대기업에서 음악가에게 와야 할 몫을 거의 다 가져가 버리는 것만이라도 어떻게 개선되도록 요구해야 해요. 적어도 우리가 노동을 들여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죽 쒀서 개 주는 일이 돼서는 안 되잖아요. 아무 하는 것 없이 자본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익을 가져가잖아요.


2011년 2월 ‘용산불바다’ 공연 중. ‘서울불바다’ 앨범에서 공연명을 따온 이날 불바다 콘서트에서 밤섬해적단은 30분 동안 130곡을 부르는 기염을 토했다. 130곡인 이유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박정근 씨 때문. 박씨의 기소 사유가 된 트위터 게시물 등이 총 130건이었다. 130곡을 모두 알아들은 ‘용자’가 있었는지는 미스터리

-인디음악 공연하면서 활동하는 데 중간에 이익을 가져갈 만한 게 공연장 제공자 말고 또 있나요?
일단 공연하는 데서는 건물주가 가져가고요. 공연을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데 나가는 곳이 많아요. 다 같이 비슷비슷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끼리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 테니까 너네들 음원 한두개씩 줘라”는 일도 있죠. 아니면 공연기획하는 사람이 전화해서 “나 아무개 형인데 너희들 여기서 공연 좀 해라” 할 때도 있죠. 그러고는 자기들이 받은 입장료를 나눠주지 않는다거나, 컴필레이션 음반을 팔아서 나온 수익을 주지 않는 게 흔한 관행이에요. 정작 음원을 만든 사람, 공연한 사람들에게 한 푼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없애거나 개선해야 할 이런 관행뿐 아니라 홍대 앞 땅값 문제같이 보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요.

-인디음악가들의 권익 문제도 용만 씨의 주된 관심사라고 보면 되겠네요. 밤섬해적단 가사를 봐도 그렇고 정치적인 이슈나 인디음악가 권익 문제라는 두 가지를 다 이야기하려고 하는 거죠?
다 조금씩 조금씩 하려는 거예요. 정치적인 이슈는 저나 장성건이나 원래 정치적인 농담을 서로 많이 하고요. TV는 없지만, 뉴스 보면서 화날 때가 많이 있고, 책을 가끔 읽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생각하는 것들을 곡으로 쓰는 거예요.

<‘나는야 (씨발 맑은 영혼의) 뮤지션’ 가사>

내 기타는 엄마 돈으로 샀다 / 기타학원은 아빠 돈으로 갔다 / 좋아서 음악을 할 뿐이다 / 나는 씨발 맑은 영혼의 / 뮤 지 션! 뮤 지 션! / 뮤지션! 뮤지션!

난 살고 싶은 대로 살 거야! / 여러분이 나를 먹여 살려라! / 왜냐하면 나는 예술가니까! / 너희들은 알바해서 CD를 사라!

저기 저 노숙자를 보라 / 음악을 들을 줄도 모르는도다 / 음악을 할 줄도 모르는도다 / 나는 씨발 맑은 영혼의 / 뮤 지 션! 뮤 지 션! / 뮤지션! 뮤지션!

난 살고 싶은 대로 살 거야! / 여러분이 나를 먹여 살려라! / 왜냐하면 나는 예술가니까! / 너희들은 알바해서 CD를 사라!

-자신의 정치의식은?
저도 굉장히 그게 헷갈려요. (웃음) 정치성향을 테스트해서 표로 나타내는 것 있잖아요. 그 표로 하면 저는 자유주의자나 극좌, 이쪽 성향으로 나오기는 하는데요. 스스로 저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 나는 마초에 우파가 아닌가, 보수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때도 있고요. (웃음)

-‘나는 기성 체제가 다 싫다.’라는 쪽인가요?
저는 뭐랄까, ‘진보정당들을 지지는 하지만 정당 활동을 한다거나 거기에 같이 껴서 활동하기는 싫은 사람’인 것 같은데요.

-‘종북좌파’는 아니죠?
‘종북’이라는 말이 너무… (웃음)

-‘김정일’을 노래에서 많이 부르시길래. (웃음) 북한과의 연관성이 강한 정치세력이나 그런 쪽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거네요.
안 좋아해요.

-그러면 다소 계급적인 전망을 보는 거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본인의 자각이 있어요?
그렇긴 한데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진보정당을 지지하죠?
음… 그게 어렵네요. (웃음) ‘스스로 노동자라고 인식하냐’ 이런 걸 묻는 건가요?

-본인이 노동자는 아니더라도 노동자라는 정치의식의 각성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건 있죠. 내가 ‘힘없는 놈이다’ 같은 생각은요.

-‘힘없는 놈’이라든가 “노동자라든가 그런 사람들이 잘살면 좋겠다.”라거나 “저 악덕 자본가 때문에 문제”라거나 그런 생각은 있는 건가요?
음… 조금… 네.

-그러면 그것을 바꾸고 싶어요?
네.

-어떻게 바꾸고 싶어요?
그거는 제가 뭐 말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고요.

<’못살겠다 (네 뼈를 분쇄기로) 갈아보자’ 가사>

못살겠다 갈아보자 뼈와 살을 분리해서 / 분쇄기에 넣어보자 꺅꺅

<’좌파다!’ 가사>

일요일에 교회가다 까까중과 부딪혔지 / 까까중은 나에게 사과도 안 했네 / 좌파다! 좌파다! 이 새끼는 좌파다! X 2

예수천국 불신지옥 거리에서 포교하다 / 경찰놈이 나타나 그만 떠들라하네 / 좌파다! 좌파다! 이 새끼는 좌파다! X 2

국사선생 들어와 현대사를 가르치네 / 일구팔공 광주를 우리에게 가르치네 / 좌파다! 좌파다! 이새끼는 좌파다! X 2

지하철을 타려고 지하철에 갔는데 / 개념없는 새끼가 아직도 좌측통행 / 좌파다! 좌파다! 이 새끼는 좌파다! X 2

<’조삼모사’ 가사>

등록금을 내놔라 / 돈없으면 휴학해 / 대통령에 대한 원성이 / 사람들을 울리네

아침에 세 개 주고 저녁에 네 개 주네! / 아침에 세 개 주고 저녁에 네 개 주네! / 억울해 억울해 너무 억울해!

취직하면 갚아요 / 쉽게 대출 하세요 / 그 크신 은덕에 / 감동하며 울었네

아침에 네 개주고 저녁에 세 개 주네! / 아침에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 주네! / 고마워 고마워 너무 고마워

더 쓰레기 같은 음악을 하면서 깽판치고 살고 싶다

-솔직히 용만 씨가 ‘가진 게 없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아버지는 약사, 어머니는 교육공무원에 본인 학벌도 좋고 그런 제반 조건들을 보면 결혼정보회사의 인간 등급 나누기에 적용했을 때 괜찮은 점수일 것 같은데요. (웃음) 그런데도 스스로는 ‘가진 것 없는 놈’으로 규정하시는 건 음악을 하기 위한 엄살 아닌가요?
어… 그러니까 제가 여기에서 뭔가 더 가지려고 하면 남들보다 더 쉽게 가질 수도 있겠죠.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좋은 등급’은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지금까지 해놓은 게 많은 것 같긴 한데…

-그런 세속의 성공 가도를 지상과제로 삼고 달릴 의지가 없다는 걸로 보면 되나요?
저는 별로 그런 생각이 없어요. 가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면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해요. “나중에 뭐 할 거냐”, “너는 왜 이렇게 야망이 없냐”, “나는 성공할 거다.” 이런 얘기들. 저 보고 야망이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나름의 야망이 있는 게,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일하는 게 엄청난 야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게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성공하고 출세하고 그런 것과는 다른 야망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더 쓰레기 같은 음악을 하고 깽판 치면서 살고 싶어요.


2011년 6월 밤섬해적단의 서울대 ‘본부스탁’ 공연. 본부스탁은 당시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며 교내 행정관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학생들이 만든 ‘록페스티벌 시위’. 음악과 영상이 결합한 ‘문화 투쟁’의 현장에서 권용만이 무언가를 외치고 있다. ⓒ박수환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쓰레기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네요?

제가 며칠 후에 공연하는데 다른 프로젝트 밴드를 만들었어요. 저랑 베이스랑 파트를 바꿔서 제가 베이스를 치고 그 친구가 드럼을 치는데 둘 다 연주를 하나도 못하거든요. 그런데 그냥 즉흥으로 하려고요.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는데 예를 들어 저희가 밤섬해적단으로 처음 공연했을 때는 4인조 밴드였거든요. 그때 30분 동안 100곡을 연주했는데 곡을 하나도 안 만든 상태에서 그냥 올라가서 아무거나 연주하고 내려왔어요.
2006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전지에다가 1번부터 100번까지 가사를 쭉 썼어요. 예를 들면 ‘광개토대왕은 살인마’ 이런 식으로 거의 반 정도가 내셔널리즘 관련한 것으로 쓴 다음 무대에서 그냥 ‘100곡을 지금부터 연주하겠다’고 한 다음에 ‘후다다닥 으아으아’ 소리치고 뒹굴고 그랬어요.

-그러면 ‘개나 소나 하는 음악’이라는 게 콘텐츠 자체의 저항성도 있지만, 음악 형식 자체도 저항의 형식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네. 형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라인드 코어 자체요. 콘텐츠는 그냥 음악마다 다 다르니까요.

-형식은 조롱보다는 저항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조롱으로 만들 수도 있죠. 저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예를 들면 아무렇게나 연주를 한다는 게 저항이 될 수 있겠는데, 잘하는 밴드를 엉터리로 따라 한다고 하면 약간 조롱이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

-그동안 얘기하신 걸 모아보면 그라인드코어라는 것이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음악이고, 주류를 조롱하는 음악이라는 것이고, 음악적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연주자라기보다 운동가적인 성격이 더 많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지금 제가 밤섬해적단을 잠시 접고 두 밴드를 만들려고 해요. 하나는 방금 이야기했던 그냥 완전히 아무것도 못 하는 밴드이고. 또 하나는 음악적으로 완성된 다른 장르의 메탈을 하려고 하는데, 사실 두 가지 욕심이 다 있어요. 완성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 또 하나는 음악이 아닌 음악을 하자라는 생각이 있죠. 형식적으로 다 때려 부수려는 생각이 있는데, 운동가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아방가르드 예술가’라는 식으로 볼 수 있죠. (웃음) 외국에서 다 해먹은 것이긴 하지만, 한국에선 별로 안 했죠. ‘늦은 아방가르드’라는 식으로 대충 이름을 지어보고 싶어요.

-그래야 얘기가 되겠네요. 두 가지가 다 있어야지.
둘 다 하고 싶으니까. 밤섬은 지금 왔다 갔다 하거든요. 중간에서 어떤 것은 잘 만들고 싶은데 뭔가 진짜 잘 만들지는 못하고, 어떤 것은 완전히 맛이 가고 싶은데 제대로 맛이 가지 못하고…

-그러면 꼭 야망이 없다고 볼 수는 없네요. 이 대목에서 보면 말이죠.
나름의 야망이죠. (웃음)

-쓰레기 같고 깽판 치고 그런 부류의 야망 같지 않은 야망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진지함, 열망 같은 것도 야망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생각해보니까 그라인드코어라는 장르 자체가 조금 애매한 장르인 것 같아요. 그게 완전히 형식적으로 박살 난 음악이 아니고 그렇다고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인데. 밤섬해적단에 비해 중간인 것 같고, 여기에서 조금 더 박살 난 쪽으로 가면 노이즈라든가 아니면 거의 행위예술 쪽으로 갈 것 같고요. 다른 한 편으로는 완성된 메탈도 하려고요.

-조금 다른 얘기인데, 음악채널 엠넷(M.net)의 출연요청을 거절한 적 있죠?
네. ‘엠루트’라고 인디밴드나 그런 사람들이 나와서 공연하는 방송이었어요. 취지가 어쨌든 간에 사운드가 한국 티브이 음악프로 특유의 사운드 배치가 있거든요. 보컬만 엄청나게 크게 잡고 그런 게 맘에 안 들더라고요. 우리가 나가봤자 우스꽝스러워지겠다고 생각해서 안 나갔어요.

제대로 된 쓰레기 음악을 추구하는 밤섬해적단,
음악과 밴드 활동에 관한 이야기는 충분히 나눴다.
인간 권용만은?


-밤섬해적단 이전에 2000년대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만화를 좋아하던 사람들, 특히 ‘덕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3CF(삼류만화패밀리)’ 사이트에서 인기 만화를 많이 그렸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중2 때부터 그렸던 건데… 솔직히 말하면 그 만화는 빨리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옛날에 했던 것들 지금 꺼내봤지… 별로 꺼내기가 싫어요.

-당시 그린 만화들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나름 유명했었죠?
이걸로 이상한 데에서 인터뷰했었고 모 보수신문에서도 나왔던 것 같은데. 문화란에 짤막하게 언급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슨 잡지에서도 인터뷰했었고… 제가 그 잡지를 안 봐서 모르겠습니다. 한창 딴지일보가 잘 나가던 시절에 딴지 짝퉁같이 무슨 무슨 일보들이 많이 생겨났었는데 그때 모 딴지짝퉁 웹사이트에서 저를 웹툰작가로 초빙하려고 연락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무시했었고. 이제는 만화는 전혀 안 그리고 음악을 하니까 그 얘기를 하기는 조금…

-그때 그렸던 만화들을 보면 중고등학교 교육이나 자본주의 사회에 비판적인 내용이 많은데요. 특히 김정일을 닮은 교장 캐릭터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부터 김정일 덕후였던 건가요? (웃음)
그게 아니고 진짜 똑같이 생겼었어요.

-어쨌든 권위에 순응하는 학생은 아니었군요?
학교생활은 그냥 조용히 했어요. 튀지 않고 그냥 뒤에서 만화 그리면서 낄낄대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보려고 제가 선생님을 그렸다가 선생님이 발견하고 맞고, 맞은 다음엔 친구들하고 웃으면서 저놈이 또 때렸다고 웃고 그런 식이죠.

-그 때부터 저항하는 타입이 아니라 조롱하는 타입이었네요.
그런 것은 공연기획이나 그런 데에서… 그러니까 최근에나 그렇지 그런 타입은 아니에요.

-음악 이외에도 취미가 다양한 것 같아요. 밤새서 B급 영화를 같이 보는 <시네마지옥> 행사도 만들었었죠?
그건 진짜 심심해서 한 건데 지금은 영화를 안 보고 있다 보니 조금 흐지부지되고 있죠.

-주로 어떤 영화를 상영했나요?
외국 사이트들에서 다운받은 B급 영화들이요. ‘아 이것들을 언제 보긴 봐야겠는데…혼자 보긴 어렵고…’라고 생각해서 만든 게 시네마지옥이에요. 어느 정도 유명하면서 보통의 사람들은 접하지 못했을 것 같은 작품들을 틀었어요. 예를 들어, 90년에 한국에서 실사로 만들어서 심형래가 에네르기파를 쐈던 ‘드래곤볼’ 같은 영화라던가, ‘폭력교실 1999’라고 8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교육 관련한 영화라던가 그런 걸 틀었죠. ‘폭력교실 1999’는 미래의 미국에서 고등학생 폭력이 심해져서 전투용 로봇을 만들어서 고등학교 교사로 배치하는데 말 안 듣는 애들을 마구 죽이는 영화예요.

-특이하고 희귀한 B급 영화들을 많이 틀었던 것 같은데요. 반응은 어땠나요?
대부분 관객이 괴로워했죠. 저도 그랬고. 2011년 말에 2회까지 진행했는데, 지금은 일단 영화를 안 보고 있다 보니 조금 흐지부지되고 있죠. 밤을 새우는 것도 피곤하고 프로젝터를 누군가에게 빌려야 하는 것도 너무 귀찮아서 안 하고 있어요. 아마 올해 안에 한 번 또 해볼까 생각은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정말 지옥 같은 영상들로만 가득 채워서…

- 얌전해 보이는데 뜻밖에 공연을 기획하고 영화 상영회도 열고 깽판 치는 음악도 하고,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공부만 하거나 취업에 필요한 스펙 쌓기만 집중하면서 학교 다니는 대학생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취직하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을 보면 막 욕하고 싶어지죠. 도서관에 처박혀 있는 애들을 보면서 ‘저 개새끼들, 공부만 하는 새끼들’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그런데 모두가 다 이중적인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얘기하는 저도 결국에는 취직을 해야 하고…

-욕은 하고 싶은데 그러면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라는 거죠?
네. ‘저놈들, 사회에 순응하는 놈들…’ 이렇게 얘기하는데 저도 취직해야 하기에, 그런 이중적인 갈등이 항상 있으니까요. 그때는 나를 욕하죠. 그래서 이제 욕하다 보면 공연 때 멘트 같은 것으로 자기들도 욕하고 남도 욕하고 다 욕하게 돼버려서… 모든 게 그렇게 돼 있어요. 그래서 많이 비판을 받기도 하고요. 주변 사람들이 얘기해 주는 게 “너희는 조롱은 잘하지만 운동의 힘이나 변화로 만들어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누가 그런 말을 하는데요? ‘운동’하는 친구들이요?
얼마 전에 어떤 평론가가 그렇게 글을 쓰신 것 같고요. 선생님이나 교수님들 같은 분들이 그렇게 얘기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하고… 저 자신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일단 밤섬해적단에서 하는 것은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조롱을 열심히 재미있게 하는 것.

-하긴 음악인은 운동가가 아니니까요. 괜히 복잡하게 운동까지 하고 대안까지 만들려고 하면…
그것은 이제 대안을 만드는 다른 사람들이 할 일이고요.


시네마지옥 포스터와 주최 측 설명 “제2회 '시네마지옥'은 바로 이 뇌손상 Vol.2가 끝난 후 시작합니다. (중략) 시네마지옥만 보러 와도 만원, 뇌손상에 시네마지옥까지 전부 봐도 만원, 뇌손상만 보고 가도 만원. 그렇다면 가장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은? 뇌손상에 시네마지옥까지 전부 보는겁니다! 우리는 이명박을 뽑은 경제동물 아닙니까. 여러분의 선택을 기대하겠습니다.”

분노와 절규의 그라인드코어 음악을 할 때와 달리 조용하고 평화로운 성품으로 반전 캐릭터를 시전했던 권용만과의 인터뷰가 끝났다. 세상을 저주하고 저항하기보다는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쓰레기 같은 음악’으로 조롱하기를 좋아하는 ‘비트 노동자’ 권용만. 두 시간여의 탐색으로 밝혀진 ‘김정일 찬양하는 드러머’ 권용만의 실체는 결국 ‘종북’이란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그의 트위터에는 다음과 같은 불경한(?) 발언 또한 떠다닌다. “국가보안법따위 곡괭이로 팍팍팍”.

또한 그의 트위터에서는 미래를 향한 한 건실한 청년의 야망을 읽을 수 있다. “더 지옥 같은 음악을 할 테다.”라고 이야기하는 권 씨. 그의 꿈이 담긴 또 하나의 트위터 발언과 악보를 통해 권 씨의 음악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매우 큰 야망과 꿈이 있는데 그것은 그냥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쉬엄쉬엄 노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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