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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듣기 평가 지문 꼼꼼히 뜯어보니…곳곳에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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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듣기 평가 지문 꼼꼼히 뜯어보니…곳곳에 '성차별'
수능 출제 교육평가원, "지적 사항 적극 수용하겠다"
노컷뉴스 | 이대희 | 입력 2012.09.06 06:03

수능 외국어영역 듣기 평가 문항에서 내재적인 성차별적 요소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 전공 김수연(28·여) 씨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역 대화문의 성차별 연구'를 주제로 쓴 석사논문에 따르면 평가 문항 자체에 내재된 성차별적 요소가 적지 않았다.


1994학년도부터 2012학년도까지 출제된 220개 대화지문, 306개 듣기 문항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 외국어 영역은 ▲사회 ▲학교 ▲가족 공동체에서 편향된 성역할을 고착화시키는 내용이 다수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한국 표준 직업 분류를 기준으로 구분했을 때, 전체 직업인 164명 가운데 남성은 134명(51%), 여성은 130명(49%)으로 겉보기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 의사는 오직 남자, 간호사는 오직 여자

하지만 직업을 세부적으로 보면 내재된 성차별적 요소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직업인 가운데 의사는 모두 남자로만, 간호사는 모두 여성으로만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전문대학원 남녀 비율이 각각 47.4%와 52.6%로 여자가 오히려 많다는 교육과학기술부 2009년 설문 결과와는 동떨어진 성차별적 요소였다.

같은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여성은 작은 규모인 가방가게 주인, 제과점 주인으로 묘사됐지만, 남성은 보다 큰 규모의 회사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여성의 직업은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로는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아 "단순하고 힘든 일은 남성이 담당한다"는 편견을 더 고착화하고 있었다.



◈ 학교 우등생은 모두 남학생 차지

시험에서 묘사된 학생들도 남학생과 여학생에 따라 그 모습과 역할이 판이하게 달랐다.

학교를 배경으로 남학생은 41명, 여학생은 45명이 등장했지만, 이 가운데서 우등생이나 반장으로 묘사된 여학생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학생들은 오직 반장에 선출된 남학생을 축하해주는 등의 모습을 보여 복종하는 여성과 군림하는 남성의 이중구조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여학생은 입체적이거나 주동적이기보다는 남성을 돕는 조력자로만 자주 등장했다.

◈ 가족 공동체에도 편향적 성역할 묘사

외국어 영역에서는 특히 가족 안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을 편향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밖에서 일을 하는 아버지와 남편으로 묘사한 반면에, 집 안에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어머니와 아내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2006학년도 2번 문항을 보면 남편은 귀가 후에도 항상 일을 하며 휴가를 떠나서도 일을 손에 놓지 못하고, 심지어 2012학년도 2번 문항에는 일 때문에 가족 여행을 취소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어머니는 늦게 귀가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학교에 갈 시간에 맞춰 아들을 깨우고 약을 가져다주는 전형적인 양육자로 묘사했다.



◈ 남녀에 따라 묘사 단어도 달라…유네스코 지침에도 위배

외국어 영역에 나오는 일부 영어 단어들은 유네스코가 지난 1999년 성차별적 어휘로 규정한 단어들도 사용됐다.

salesman(1996학년도 8번), policeman(1998학년도 16번), 일반명사 man(2005학년도 3번)에 대해 유네스코는 각각 shop assistant, police officer, human 등의 단어로 대체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Ms.'로 대체할 수 있는 'Mrs.'나 'Miss.' 같은 인물 표현 어휘도 2012학년도까지 모두 10번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성의 감정은 9번 가운데 7번이 우울이나 화남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돼 남성은 차가운 이미지로, 여성은 따뜻한 이미지로 굳어질 가능성이 컸다.

이런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논문은 ▲성불평등 개선 위한 출제 기준 마련 ▲교사의 성차별적 고정관념 변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활성화 ▲학생들의 성감수성 고양 등을 들었다.

논문 작성자 김수연 씨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교과서를 넘어 평가에도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면서 "교육은 급변하는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양성이 성별에 따른 제지를 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평가원은 결과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평가원 외국어 영역 출제 관계자는 "첫 수능부터 출제 지침서를 만들어 문제를 출제할 때 성차별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문이 너무 특이하게 나가면 학생들이 정답을 선택할 때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평가원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연구이므로 반영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2013학년도 수능에도 전향적으로 참고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2vs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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