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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삶
 너냐  hit :  52  

\'연애를 하지 않을때는 연애 하는 친구가 상대와 싸웠다고 하소연을 하면 그게

그렇게 부럽다. 나는 그럴 상대도 없거니와 그럴때의 다툼이란 건 애초 그게 가

능할 정도로 친밀하지 않으면 벌어질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

가 어느날 내가 연애를 하게 되어서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보면 또 그것만큼 괴로

운 일이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사정없이 할퀴고 상처입고 화내고 실망하

고 벽을 느끼고… 그럴때면 차라리 어디 우주 밖으로 달아나 버리거나 아무튼 내

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느낌도 든다. 내가 좋아하는 저 사람과 내가 언젠가

다툼이 가능할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그때의 바람들

은 다 무엇이었던가.

남의 삶은 왜 괜찮아 보일까. 과거가 지나간 시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안에서

한없이 미화 되고 포장 되듯 다른 이들의 삶또한 단지 내 삶이 아니라는 이유만

으로 어떻든간 내것보단 나아 보일때가 많다. 어느날, 평소처럼 바로 맞은 편 동

인 어머니댁에서 밥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들기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동에 왠

노랗고 화사한 백열등이 켜진 집이 하도 아늑해보여 아, 우리집도 저랬으면 하고

부러워 한참을 쳐다보는데 알고보니 내 집이었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베란

다에 그런 노랗고 앙증맞은 등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집을 나올때

안방의 불을 끄다가 실수로 베란다의 등을 켜두고 나온 것이었다. 그때, 남의 집

인줄 알고 훔쳐보던 내 집은 얼마나 근사하고 아늑해 보였던가. 왜 그 느낌이,

살면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것이 설마 하는 기대를 안고 문을 열고 들어섰

을땐 느낄 수가 없었나. 왜 여전히 별다를것 없이 내가 지내오던 바로 그 익숙하

고 덤덤한 공간으로 다가와야만 했던가.

주말.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어떤 우울한 사람 하나가 근심

걱정도 없이 놀러나 다니는 팔자들이라고 시샘어린 어조로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에 의해 자신또한 팔자좋은 나들이객으로 치

부되고 있을줄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어쩜 우리는 단지 남이라는 이유로 서

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부러워하며 사는 우를 범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이석원 블로그 : http://blog.naver.com/dearh★olmes/220025428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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