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관련자료
1. 발표기록 (발제: 강정수 @npool)
질문과 답
2. 토론기록
1) 토론을 위해 참가자들이 제시한 키워드 모음
3. 참가자들의 한마디 (후기)
#트위터 해쉬태그는 #해적당 으로 하죠. #오픈컨퍼런스 도 같이 붙여주시면 좋구
요.
#그밖에 토론이 벌어지는 공간이 있다면 이곳에 링크를 공유해주시면 좋습니다.
0. 관련자료
● 대화모임 공지:
http://think★cafe.org/8923
● 해적당 참고자료 :
http://bit.ly/pirate2011_ref (관련 정보, 자료, 기사 등
등 함께 작성해요!)
● 독일 해적당 홈페이지:
http://web.piratenpartei.de/
● 모임 풍경 사진: https://picasaweb.google.com/sinbiphoto/20111026
● 참석하신 분들: 강정수, 김건우, 김석수, 김성나, 민노씨, 신비, 양지혜, 엔
디, 이고잉, 이미영, 이민규, 이보아, 정신병자, 정윤식, 초록주의, 김나은, 무
명1 (17명)
1. 발표기록 (발제: 강정수 @npool)
독일 해적당: 전통 정당시스템의 몰락과 Liquid Democracy
* 발표문 슬라이드:
http://slidesha.re/pirate2011_pt
* 발표 영상 :
http://onair.olleh.com/berlinlog/pYr
Liquid Democracy: Liquid 는 “액체”. 직역하긴 어렵지만 열려있고 유동적인
특성을 표현
해적당 주요 컬러: 오렌지, 블랙
선거에서 보여준 독특한 플래카드 쇼
- 지역구 출마 후보의 이름이 없다
- 타 정당을 비판하지 않는다
- 대단히 급진적인 정책과 구호 제시
- “마약 정책 대신에 중독 정책을!”
- “왜 우리를 찍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 “우리는 질문을 가지고 여기 서 있습니다. 당신들이 대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
- “우리는 … 시스템을 만들 것이고 현실의 변화는 여러분이 만들 것”
- “시가 갖고 있는 비밀 정보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 “이해를! .. 주입식 말고..”
- (동성애자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
- “모든 종교를 민영화하자 - 국가가 나의 종교(사적 정보)를 알려고 하지 말라
”
- (무슬림이) “모든 베를린인에게 투표권을! (나이와 출신 성분으로부터 독립적
인)”
- “내가 포스터에 나와있는 이유는 당신이 투표하지 않기 떄문”
=> 비판과 대안을 해학적이며 상징적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포스터, 플래
카드들
슬로건
● 민주주의
● 투명성
● 시민권
독일 해적당 부상의 배경
-> 강력한 팀블로그와 전업블로거들의 존재
-> 매년 블로거들이 중심이 되는 대형 컨퍼런스 개최 (봄)
-> 매년 대중집회 “두려움 대신 자유“ (가을)
2011년 9월 지방선거 8.9% 득표
-> 독일 녹색당이 캐스팅보트로서 연정에 참여했던 때보다 높은 지지율
-> 선거 직후 기하급수적으로 당원 증가. 평균 연령 30.1세 (당원은 10세부터
가능)
->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에게 당원 자격을 준 정당은 녹색당, 그리고 해적당
비판: 단일 이슈 정당 One Issue Party
-> 녹색당의 경우 이 비판이 강력했음. 해적당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플랫폼
중립성, 소수자 참여, 이슈 확대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함.
반론
-> 망, 플랫폼, 교육의 중립성 요구
-> Liquid Democracy
→ 네트워크가 위계(조직)을 이긴다!
→ 이것을 위해 개발해낸 시스템이 LQFB https://lqfb.piratenpartei.de/
LQFB
-> 기본적으로 위키 시스템
-> 정책과 법안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토론을 통해 협업으로 진행
-> 익명 가능
-> 하루에도 백여개의 논의가 진행됨
-> 찬반을 밝히며, 변경된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지지 철회도 가능
-> 다른 지구당의 논의가 맘에 들면 그쪽으로 위임도 가능
한가지 재미난 운동 소개하고 싶다. 미국에서 개발자가 만든 것.
http://occupytheurl.com/ : 도메인점거사이트
* 응용하기
http://occupytheurl.com/?url=www.hannara.or.kr
질문과 답
Q> 선거를 현장에서 경험했을때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어땠던 것 같아요?
- 선거 시스템이 워낙 다르다. 후보자 득표수가 아니라 정당 득표수를 먼저 밝히
고, 그에 따라 당락 결정. 그래서 지역구에 누가 나왔는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
은 편.
Q 김석수> 워낙 시스템이 달라서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
지..
- 이 주제는 이후에 토론시간에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Q 초록주의> 초록파들은 공유주의가 기본적 철학이다. 녹색당과 다르게 해적
당이 따로 나온 이유가 뭘까요?
- 현재 독일 녹색당이 대단히 우경화되어있는 점, 그리고 대중정당(국민정당)으
로 존재. 따라서 해적당과 한두가지 정책은 동의할 수 있지만 공유하기 어려운
지점도 많음. 패러다임 자체가 다름. 실제로 가장 친한 정당이긴 하지만. 아마
내년 선거하면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음.
-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운동을 추동해왔느냐의 차이
- 인터넷, 디지털 사회는 이제 시작되었다고 봄. 이것을 핵심으로 고민하고 풀어
나가려는 시도.
Q 오병일> 원 이슈 파티가 아니라는 표현, 원 이슈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인
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궁금.
- 독일이 사실 인터넷 쪽이 낙후되어있는 편이었는데 급속히 올라오고 있다. 블
로그 페이스북 등 사용 확산. 교육, 지적공유 등의 개혁 추
구. 산업적으로 보다는 사회 모든 정책 분야에서 확산.
- 기존 정당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 기존 정당이 접근하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 개척의 의지
- 인터넷으로 해석될 범위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에따라 주제는 계속 확장되
지만 중요한 원칙은 플랫폼 중심성!
Q 대안이 없이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닌지?
- “투명성” 데이터 보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그 사실 왜 감추는
가?
2. 토론기록
1) 토론을 위해 참가자들이 제시한 키워드 모음
일반
● 현재의 현상은 기존의 사회가 갖고 있는 콘텐츠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표출
되는 것인데, 우리가 콘텐츠를 가지려면 무얼해야 할까.
● 빅 브라더 / wikileaks
● Copyleft / 지재권
● 이름 없는 후보
망 중립성
● platform neutrality
● 망 중립성 => (더!) 플랫폼 중립성. \"학교도 플랫폼이다!\" 네
트워크는 계층을 이긴다
● 플랫폼 중립성
● 새로운 정치. 플랫폼 중립성
● SNS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은 어떻게 가능
하지? (음음. 독일 해적당이 이제껏 정치에 참여할 수 없던 사람을 주 대상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 중 특히 인터넷에 능한 2-30대가 주타겟. 하지만 나머지는?
one issue ● party라는 비판은 거기서 나오는 거 아닐까?
● 플랫폼 중립성
● \"LQFB\" 매우 관심. 같이 공부하실 분 없나요? (사실은 저를 공부
시켜주실 분! ㅋㅋ) (녹색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지금 탈핵사회로 가는 법제도
마련을 준비하고 있음. 가칭 탈핵기본법(안). 이 안을 위키방식으로 만들자는 논
의가 오가고 있었구요. 해적당 사례 듣고 완전 배우고 싶어짐)
Liquid Democracy / 직접 민주주의
● 정치 진입 장벽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을까?
● wiki
● 현실적인 직접 민주주의는?
● Liquid Democracy
한국에서 해적당은?
● 해적당 = 주류?
● 한국 정치상황에서 관계와 가능성: 독일 녹색당 (보수 녹색당) -> 독일 해
적당 (신 녹색당) / 한국 해적당 ≤ 한국 녹색당 <-> 한국 신진보정당
● 한국에서 해적당이 가능할까? 해적당이 가능한 조건은?
● 구체성. 시장의 언어. 열살 당원/모든 사람에게 열린 당. 팀블로그-> 2-3
명 전업 팀블로그. re:publica
● \"한국에서\" 해적당? 녹색당? (독일의 녹색당과 해적당의 연혁과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좋은 것은 모방하자\"는 마음으
로 왔는데.. 한국에서 녹색당은 처음부터 해적당의 원칙? 철학에 주목하고 있습
니다. 해적당이 생긴다해도, 녹색당도 해적그룹을 가져보잔 개인적인 바램을 가
지고 있음)
● 한국 해적당
● 젊은 정당의 출현??
● 정당정치 vs 대중정치의 한국적 상황 / 전통적인 계급중심의 진보와 보수의
개념과의 관계성은?
3. 참가자들의 한마디 (후기)
● 초록주의: 늙은 녹색당 VS 젊은 해적당
http://greenism.tistory.com/203
● @egoing: “copyleft등을 정강으로 하는 유럽의 젊은 정당 해적당에 대한 모
임에 호기심으로 참석했다.난 개발자라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는데,개발자들은
오픈소스라는 문화를 통해서 정치가 아니라도 세상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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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
idxno=1504
&
nbsp;[37호] 2011년 10월 10일 (월)
19:18:27 &nb
sp; 하승수 info@ilemonde.com
;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은 모두
무산됐다. 앞으로 어떻게 논의 될지 모르겠지만, 원래 얘기되던 진보 통합은 물
건너간 듯하다.
진보 통합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진보 통합 논의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어버린 얘기가 있다. 그것은 ‘진보의 재
구성’이다. 진보의 재구성이란 말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그렇지만 진보의 재구
성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리된 얘기가 별로 없다. 물론 진보의 재구성
이 탄생한 것은 그럴 만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
졌든, 퇴행적 면을 내부에 가졌든, 무슨 이유가 있었기에 진보의 재구성이 튀어
나왔을 것이다. 과연 진보의 재구성은 왜 필요했을까?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
진보의 재구성이 필요했던 것은 우리 사회가 큰 흐름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점
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탈성장’에 관한 얘기를 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로 표현되는 경제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사람
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루지도 못한다.
성장을 추구하는 이상, 각종 개발사업을 벌이고 경쟁과 시장화를 맹신하는 흐름
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성장중독증에서 벗어나고, GDP에서 벗어나는 탈성장을 얘기할 때
가 되었다. 그러나 기존 진보는 성장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소속
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온 권영길 후보도 몇% 성장률을 공약할 정도였다.
요즘 차기 정부의 과제로 ‘탈토건’이 거론된다. 물론 토건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토건사업을 벌여온 사람들의 주된 논리가 경제성장률
이었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 몇%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토건사업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토건세력의 논리다.
영리병원 문제도 비슷하다. 의료의 시장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의료산업
을 키워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밑바탕에는 성장중
독증이 깔려 있다.
탈토건이나 의료공공성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이상 GDP 증가와 성
장률에 얽매이지 않는 ‘탈성장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
.
진보의 재구성이 되려면 이런 얘기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흔히 인
기 없는 얘기로 치부되기 쉽다. 정치적으로 표가 안 되는 얘기로 평가되기 쉽다.
그래서인지 진보의 재구성은 많이 얘기됐지만, 탈성장 같은 핵심적 담론에 관한
얘기는 부족했다.
‘탈핵’도 마찬가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발전에 의존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당론은
‘적정 규모의 핵발전’이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막겠다는 의지도 없다. 그렇
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은 전력의 59%를 핵발전에 의존하게 되고(지금은 30%),
지금보다 13개 이상의 핵발전소를 더 짓게 될 것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
신당은 핵발전 확대에 반대하고 핵발전의 단계적 폐지를 정책으로 한다. 그렇지
만 탈핵은 진보정당의 수많은 정책과제 중 하나일 뿐이다. 이래서는 탈핵이 불가
능하다. 탈핵은 우리 사회가 전환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서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핵발전은 정의, 지속가능성, 평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
시대의 모순이 집약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발전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은 책상에 앉아 있는 관료와 공기업의 임직원이지만
, 핵발전소의 원자로에 직접 들어가 작업하는 사람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핵발전
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사고가 날 때도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해안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지만, 그 전기를 쓰는 이들은 대도시 사람들이다. 핵발전은 발전 뒤에
남는 핵폐기물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고 가는 정의롭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
은 행위다. 핵발전은 태생적으로 핵무기 생산과 관련됐고, 핵발전소의 안전사고
는 전쟁에 버금가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핵발전과 관련된 정보는 공개
되지 않고, 핵발전 정책은 소수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핵발전은 민
주주의와 양립되지 않는 행위다.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탈핵은 사회의 큰 전환을 위해 반드시 넘어가야 할 산이다.
그런데 기존 진보정당들처럼 수십 개의 의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이 산
을 넘어갈 수 없다.
탈성장과 탈핵으로 얘기를 풀어보았지만, 지금은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다
. 영혼을 갉아먹는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 협동과 공생의 사회로 전환하는 것,
빈곤의 대물림을 끊고 인간다운 삶과 노동을 실현하는 정의로운 사회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전쟁과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
하다.
이런 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절박한 전환
의 문제를 얘기하고 의제로 만드는 것이 진보의 재구성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진보의 재구성을 얘기하면서 기존 진보정치 세력 외에 새로운 세력이 합류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 세력으로 거론된 것은 주로 노동운동이나 시민사회운
동 쪽이었다.
그러나 ‘기존 진보정당에 참여하지 않던 세력이 참여한다고 해서 진보가 재구성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새롭게 진보정
당에 참여한다고 해서 진보의 재구성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체가 상실된 ‘진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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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c=http://www.ilemonde.com/news/photo/201110/1504_1733_2022.jpg>&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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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nbsp; &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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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권>, 1997-작가 미상
진정 진보의 재구성이 되려면 정치·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람들은 명망가도, 활동가도 아니다. 여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
자, 소수자, 청소년 등 지금의 정치·사회 구조에서 소외된 사람들, 그러면서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참여할 때 진보의 재구성이 된다. 결국 이 사람들이 전환
의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진보의 재구성 논의는 이 주체들이 어떻게 정치·사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
을지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이들을 구색 맞추기 식으로 끼워넣기도 하지만,
그런 행태는 보수·기득권 정당에서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몇 사람이 간택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집단적 주체가 되어 세력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
의 재구성 논의는 그렇게 전개되지 못함에 따라, 주체 면에서도 진보의 재구성은
겉돌 수밖에 없었다.
‘지역’이라는 키워드도 마찬가지다. 중앙집권적 한국 사회에서 지역은 늘 변
방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전환을 위해서는 지역이 중요하다. 지역은 풀뿌리
보수주의가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활동하
면서 어떻게 전환할 수 있는지 찾아가는 실천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데 진보의 재구성에서 지역이라는 키워드는 상실됐다.
‘진보의 재구성’은 실패하고, 보수·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하면 변화가 가능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에서 멘토 같은 역할을 하는 개인에게 열광하고 기대는 현상
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이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씨는 지금의 시대에 문제가 있고 흐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
면서 대중의 얘기를 들어주는 멘토의 역할을 자청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년들의 마음에 호소했다. 이것이 강력한 메시지가 됐다.
그래서 안철수 현상은 진보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큰 전환이 필요한
데, 여전히 과거의 낡은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보의 재구성을 얘기하지만
내용이나 주체는 구태의연한 진보에 대중이 열광할 이유는 없다.
‘안철수 현상’과 진보의 재구성
안철수씨가 대안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가 아무리 훌륭해도, 시대가 요구
하는 ‘전환’은 개인의 역량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마 안철
수씨 본인도 잘 알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여러 사람들의 협업으로 움직
이는 조직보다 나을 수 없다. 전환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특히 기
존 시스템에서 소외되고 누구보다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소통·참여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전환을 위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
다. 정치의 바깥에서는 이미 전환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왔다. 생명운동, 시민
운동, 환경운동, 풀뿌리운동, 지역운동, 인권운동 등 여러 이름의 운동이 뿌리내
려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대안에너지, 대안교육, 대안경제 등 대안사회의 모습
도 만들어왔다. 생활협동조합, 귀농·귀촌운동, 도시농업 등 대안적 삶을 찾는
시도도 이어져왔다.
그러나 전환을 가로막는 ‘벽’도 두껍다. 기존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는 재벌,
고위 관료, 기득권 정치인이 존재한다. 핵발전을 통해 이익을 얻는 ‘핵마피아’
의 존재도 계속 거론돼왔다. 이런 존재를 비판한다고 해서 변화하는 것은 없다.
이 벽들을 넘어서려면 넘어설 주체가 필요하다. 그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
도 필요하다. 그곳이 바로 정치다. 좁은 의미의 대의정치이든 넓은 의미의 운동
정치이든, 정치를 빼고는 전환을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녹색당’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준비모임
이 만들어지고,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간담회와 토론회가 열린다. 관심을 보이는
청년들도 나타나고 있다. 오는 10월 30일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연내에 창
당한다는 계획이다.
‘녹색당’을 준비하는 이유
지금 녹색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탈핵·탈성장·탈경쟁·탈빈곤·평화 같은 전
환의 의제들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정당, 기존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정당을 꿈꾼다. 녹색당은 한국 사회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전환의 문제를 현장에서 고민하던 사람, 새로운 정치에
목말라하던 사람들이 그 연장선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녹색당이라는 마당에서 놀 사람들은 활동가도 전문가도 아니
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환을 이룰 주체, 특히 ‘여성·청년·지역’ 같은 키
워드를 가진 사람들이 노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기존 정당과는 다
른 조직 방식, 다른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정당 내부의 권력다툼에 과도한 에
너지가 소비되는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공존하고 공통의 가치에 합의
하면서도 자발성과 자율성에 의해 움직이는 정당을 상상해본다. 그것을 할 수 있
다면 녹색당은 의미 있고,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녹색당도 역시 실패할 것이다.
모든 것은 결국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_____________________
글 / 하승수
변호사. 지방자치와 풀뿌리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
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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