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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너냐
subject Paul Draper 2001년 한국 잡지 인터뷰

Paul Draper of Mansun-맨체스터에서 만난 맨선의 프런트 맨 폴 드레이퍼


서머타임마저 해제되어 오후 4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지는 영국, 게다가 그 날 따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던 까닭에 하늘은 더욱 어두웠다. 맨선의 프런트 맨 폴 드레이퍼를 만나러 마치 서울의 명동 뒷거리를 연상시키는 맨체스터 시내 뒤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가까워서였다.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걱정을 했다. 잰체하고 내성적이라는 등등의 이유로 많은 영국 기자들이 미워한다는 그였기에 과연 제대로 인터뷰가 진행될지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필자를 만난 폴 자신이 오히려 필자 보다도 더 긴장하고 수줍어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폴이 묵고 있는 호텔방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약간은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분위기는 곧 편안하고 차분하게 변했다. 잠이 덜 깬 어린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폴은 모든 질문에 진지하고 명확하게 답변해 주었다.

한국 잡지와 인터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일 거 같은데요?
잡지나 매체와는 이번이 처음이예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몇 번 만난 적은 있어요. 그것도 일 때문에 만난거지만요.

날씨가 흐린데요. 오늘 기분이 어떤가요?
괜찮아요. 영국 날씨는 항상 이러니까(사실 그를 처음 봤을 때 첫 인상은 꽤 피곤하고 졸려 보인 다는 것이었다. 어디 아픈 데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더욱이 영국 사람 방답지 않게 방이 너무 따뜻하다는 것도 이상했다).

투어 중인데 피곤하지는 않나요?
특별히 그렇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UK 투어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맨체스터에 온 지도 1998년 이후로 2년만이고, 좀 오랜만에 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공연장에서 많은 팬들을 만나니 자극도 되고 좋네요.

대부분의 뮤지션들이나 밴드들이 영국 남부보다는 북부에서 공연하는 걸 선호한다고 들었는데 당신은 어떤가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어요. 흔히 그런 이야기들을 하죠. 하지만 저에게는 별 차이가 없어요. 공연장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도 못하겠고요. 제가 팬들을 대할 때도 물론 차별을 두지 않고요. 북쪽이나 남쪽이나 맨선을 좋아하는 팬들은 다 같은 팬들이니까요. 그렇게 구별을 짓는 것 자체가 좀 웃긴 것 같아요.

근작 앨범 [Little Kix]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죠. 제가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는 과거의 두 앨범들과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적 스타일도 그랬고요. 이번 앨범에서 이렇게 변화를 준 이유가 어디에 있나요?
이번 앨범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많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이 앨범이 과거의 앨범, 특히 1집인 [Attack Of Grey Lantern]과 많이 비슷하다고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또 예전 앨범들과 많이 다르다고 하고요. 누구의 의견이 옳은 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맨선의 음악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할 때도 이번 앨범은 1집과 많이 비슷한 부분이 있고요. 심지어는 2집과도 연관성이 있죠. 물론 듣는 사람들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 거고 그건 느낌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2집을 위한 모든 활동을 끝내고 나서 너무 지쳐서 좀 벗어나고 싶었긴 했지만 다른 음악을 해 봐야겠다고 작정을 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특히 가사 면에서 당신의 개인적인 감정이 반영된 거 같은데요? 가령 1집이나 2집의 가사는 굉장히 거창했다고나 할까. 종교, 이데올로기, 섹슈얼리티 그런 것들을 얘기했었는데...
어느 정도 그런 면은 있어요. 하지만 1집에서나 2집에서의 노랫말도 제 개인적인 관심사들이었고요, 개인적인 부분들도 어느 정도 반영된 바 있죠. 이번 앨범이라고 해서 많이 달라졌거나 갑자기 다른 아이야기를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물론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거창한 아이디어를 얘기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큰 맥락의 아이디어건 개인적인 것이건 서로 연결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Electric Man''이최근 싱글이죠?
예, 앨범 작업을 할 때부터 싱글로 발매하려고 생각했던 노래예요. 물론 첫 싱글은 ''I Can Only Disappoint You''였지만, 개인적으로도 애착을 가지고 있고요. 밴드 멤버들도 모두 싱글로 발매하는 데 찬성했고 마음에 들어했죠.

다음 싱글도 결정을 했나요?
아뇨, 아직 하지 못했어요.

Mansun은 그동안 앨범 외에도 여러 장의 EP를 발매했었죠. EP 수록곡들을 보면 앨범 트랙 못지 않게 완성도 높은 곡들이 많은 데요. 앨범 수록곡과 EP 수록곡들을 선택하는데도 상당히 힘들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선택하나요?
앨범을 만들 때 우선 여러 노래들을 만들죠. 물론 앨범의 구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요. 일단 앨범의 기본 아이디어를 정한 다음 노래들을 만들고 많은 노래들 가운데 앨범의 메인 컨셉트와 가장 어울리는 노래들을 선별하죠. 그리고 앨범 전체 구성과 흐름에 알맞은 노래들을 고르고요. 이렇게 앨범 트랙들이 선별되면 나머지 트랙들은 EP에 수록되죠.

Mansun은 열성적인 팬을 몰고 다니는 거로도 유명한데요. 이런 열성 팬들을 거느리는 데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요?
특별한 비법같은 건 없어요. 팬들은 그냥 우리의 음악을 좋아하는 거구요.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팬 클럽을 조직하고 행사를 하고 모임을 기획하죠. 물론 우리도 그런 활동들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주도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특별히 팬들을 따로 모아놓고 하는 활동도 없고요. 같은 잡지들에서도 팬 행사를 상당부분 유도하는 것 같더라구요.

음악적 취향에 관해서 물어볼 께요. 항상 좋아하고 듣는 음악이나 가수는 누가 있죠?
항상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프린스의 ''Purple Rain''을 좋아하고요. 데이빗 보위의 ''Ziggy Stardust And Spiders From The Mars''그리고 마빈 게이도 좋아해요.

흑인 음악을 좋아하나봐요?
예, R&B를 즐겨 들어요. 하지만 특별히 장르를 가리고 듣지는 않아요. 물론 록을 많이 좋아하죠. 클래식도 자주 들어요.

요즘 뮤지션들 중에는 누굴 좋아하죠?
솔직히 말해서 요즘 밴드들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예요.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이언 브라운의 솔로 앨범을 즐겨 듣고요. 그도 요즘 뮤지션이라고는 할 수 없죠. 블러의 [13] 앨범도 좋아해요. 블러의 이전 앨범들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안 듣지만 ''Song 2''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예요.

약간 시사적인 질문인데요. 요즘 영국 팝계에서 논쟁이 일고 있죠. U2의 보노나 조지 마이클은 ''팝은 죽었다. 그들의 시간은 끝났고 마케팅 된 팝 밴드들은 쓰레기다''라고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죠?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팝 시장과 팝계는 계속 변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정말 여러 가지 음악이 공존하고 있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렉트로니카/하우스 뮤직이 시장의 대세를 차지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어요. 하지만 요즘 팝 팬들은 그런 음악을 소비하죠. 어떤 뮤지션들은 특정 음악 장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그런 장르만 시장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럴 수도 있고 그런 생각도 가능하다고 봐요. 하지만 장르의 다양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낡은 생각이고요. 보노와 조지 마이클이 생각할 때 요즘 팝계는 견딜 수 없을 지도 모르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해 왔던 음악에서 보면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있는 거구요. 하지만 그들이 활동을 시작했던 시기는 벌써 20년 전이고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너무 많이 달라져 있어요. 20년 전에는 록이 전부고 최고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그들은 과거의 좋았던 시기에만 집착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요즘 차트에서 활약하는 팝 가수들에게 음악적 재능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 많잖아요?  
-그들에게 음악적 재능을 찾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죠. 그들은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가수들일 뿐이예요. 그게 시장의 원리이고요. 단지수익과 비즈니스를 위해서 존재하는 가수들이죠. 그리고 그런 가수들이 없다면 레코드 회사도 살아 남기 힘들 거구요. 레코드 회사에 의해 마케팅에 의해 철저히 만들어진 가수들이죠. 그런 그들을 음악적으로 비난하는 건 쓸데 없는 일이에요. 어차피 음악하고는 상관없는 돈벌이용 가수들이고 아무리 욕해봤자 절대 없어질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요.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게 낫죠.
(조지 마이클, 블러의 데이먼 알반, 보노 등이 주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팝은 죽었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폴은 웅변을 하듯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 논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그의 의견이 일반 록 뮤지션들의 그것과 달라서 의외이기도 했다).

화제를 바꾸기로 하죠. 맨선의 노래를 보면 가사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그런데 가사가 또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어요. 비영어권 팬들에게는 가사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데... 좀 바보같은 질문일 지도 모르지만 가사와 음악 자체, 멜로디 중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두나요?
가사는 분명히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가사가 형편없어도 멜로디가 근사하면 그 노래는 들어줄 수 있어요. 반면 멜로디는 형편없는데 가사만 좋은 노래는 정말 들어주기 힘들죠. 전 멜로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사들은 대개 어디서 나오나요? 상상에 의한 것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건가요?
''Attack of Grey Lantern''같은 경우는 철저히 상상에 의한 가사였구요. ''Six''나 ''Little Kix''같은 경우는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죠. 특히 책에서 읽고 느낀 것들 그리고 여러 곳에서 접한 내용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Mansun의 노래들을 듣다 보면 종교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자주 되는 데요.
예전 앨범들에서 많이 언급했죠. 종교는 제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하고요. 저도 어느 정도 종교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특정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거나 그런 건 없어요. 전 종교는 다 같다고 생각하고요. 종교적 편견을 가지는 건 정말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얘기를 좀 바꾸도록 할께요. 언젠가 인터넷에서 당신에 대한 흥미있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 리스트였는데 아마 멜로디 메이커 기사였을 거예요.
그래요? 그런 리스트를 만들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분명히 리스트가 있었어요. 그리고 리스트에는 마르크스나 스탠리 큐브릭 같은 사람들이 언급되어 있었구요. 아직도 그들을 좋아하나요?
그 리스트에 누굴 썼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는 거 같아요. 마르크스는 정말 좋아했고요. 그의 사상에 아주 빠졌었죠. 하지만 그의 사상은 너무 이상주의적이었어요.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만 제시했을 뿐이죠. 그래서 나중엔 회의가 들더군요.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은 아주 좋아해요. 그의 영화는 모두 봤고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영화는 전무후무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도 좋아하는 영화 가운데 하나예요(다소 지적인 질문이 나오자 폴은 매우 큰 흥미를 표시했다. 지적인 호기심이 대단히 강한 사람처럼. 덕분에 인터뷰 도중 개인적인 대화로 잠시 인터뷰가 옆길로 새나가기도 했다).

추상적인 질문 하나 할께요.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뭐라고 생각하죠?
행복이에요. 이것도 추상적인 개념이긴 한데요. 살아가는데 행복하다면, 무엇에 의해서건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 더 바랄게 없다고 생각해요.

UK 투어 끝난 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12월 초에도 프로모션 활동을 해야 하고요. 중순부터는 일본 공연이 있어요. 그리고 1월에는 다음 싱글(EP)을 준비하러 스튜디오에 들어갈 예정이고요.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인데요. 몇 달전 BBC 라디오 프로그램의 전화 인터뷰에서 2002년 월드컵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죠. 그 때 당신이 한국 월드컵이라고 말해서 전 좀 놀랐어요.
무슨 뜻이죠? 한국이라고 언급한 게 이상했나요? 아님 일반적으로 한국이 덜 알려져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요?

그것 보다는... 제가 겪어본 바로는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2002년 월드컵을 언급할 때 일본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요.
아마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겠지만 전 한국에 대해서 아주 모르지는 않아요. 공식 웹 사이트를 통해서 가끔 한국 팬들이 올린 글들을 보기도 하고요. 한국에 관한 정보에도 나름대로 귀를 열어놓고 있죠.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나요? 월드컵 때라도...
한국을 방문하고 싶죠. 공연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아시아 지역 경제 사정이 워낙 안 좋쟎아요. 한국도 아직 경제가 나아지지 않은 상태죠? 최근에 영국 밴드들이 한국에서 공연 가진 적 있나요?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영국 밴드들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공연 가진 일이 별로 없네요. 물론 한국은 아직 경제적으로 힘들죠.
홍콩에서도 공연을 할 예정이었는데 취소된 적이 있거든요. 그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한국에서 공연을 가질 수도 있을지 모르죠. 물론 한국에서의 우리의 인지도도 문제겠지만요. 그리고 월드컵 때 티켓을 구할 수 있다면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고요. (웃음.)

인터뷰 응해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필자는 폴과 이런저런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대화 도중 그가 보인 한국에 대한 관심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고 필자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이것 저것 관심이 많아서''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은 매력적이었고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일반적인 영국 사람과는 많이 다른 독특한 사람이었다. 이런 점이 많은 기자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지도 모르지만 그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잰 체 하지도 않았으며 얌전하긴 했지만 결코 뚱한 성격은 아니었다. 탁월한 지성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그리고 쓸쓸한 미소와 소년 같은 호기심이 매혹적인 뮤지션 티를 내지 않는 뮤지션일 뿐이었다.

글, 사진·김진아(영국 통신원)

oimusic 2001년 01월호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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